"올림픽 2연패요? 은퇴하지 않는다면 좋은 목표가 될 것 같네요."
'골프 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금의환향했다.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행복함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흘렀다. 자랑스런 손녀와 그 손녀의 모습을 눈물을 글썽거리며 먼 발치에서 바라보던 할아버지(박병준씨)의 포옹은 또 다른 감동이었다. 박씨는 "(인비가) 나의 손녀에서 대한민국의 딸이 됐다"며 짧은 축하인사를 전했다.
박인비는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선수단보다 하루 일찍 귀국했다. 이날 박인비는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에 대한 질문에 "장담은 못하겠다. 2020년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올림픽 2연패는 좋은 목표가 될 것 같다"이라고 밝혔다.
박인비는 리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자 많은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한 달 반 정도 고생한 순간이 많이 떠올랐다"는 박인비는 "나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한 것을 후회 없는 결실로 맺은 날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올림픽에 대한 무게감을 견디면서 경기를 끝냈다는 것에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보통 때보다 세리머니가 크게 나왔던 것 같다. 넘치는 에너지가 나왔던 것 같다"며 웃었다.
116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박인비가 금메달을 확정 짓자 정작 선수 본인보다 박세리 대표팀 감독을 포함해 주변인들이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박인비는 "다른 대회보다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런데 박세리 감독님을 포함, 현지에 계셨던 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시고 울어주셨다. 경기하면서 중간중간 나를 이 자리에 세워주셨던 분들이 생각났다"고 설명했다. 또 "올 시즌 내내 부진했었고 부상도 계속 겹쳐 성적이 안따라줬다. 걱정도 되고 '잘 할 수 있을까'란 의심도 들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굉장히 많았다. 그래도 올림픽에 나간다고 마음 먹었을 때는 내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려고 노력했다. 지금까지 내가 한 노력의 결실을 한 번 맺어보자고 굳게 마음 먹고 나가니 결과가 따라와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리우에 도착한 박인비는 2013년을 떠올렸다. 저스틴 로즈(영국)의 금메달로 남자부 경기가 막 끝난 상황에서 박인비는 연습 라운드를 펼치고 있었다. 박인비는 "저스틴 로즈가 남자부를 우승했다. 나는 로즈와 2013년 US오픈에서 동반 우승한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그 모습이 재현됐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다. 남자부 시상식을 할 때 나는 연습라운드를 했는데 내 귀에는 애국가가 들리더라.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어떤 기분일까란 생각을 하면서 준비했다"고 전했다.
'골프 여제'에게도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박인비는 "올림픽은 메이저 대회 최종라운드를 매 라운드 하는 느낌이었다. 그런 압박감을 4라운드 동안 느꼈고 골프가 이렇게 힘든 종목이었나란 생각도 했다. 에너지가 고갈 된 느낌이었. 힘 안들이고 골프하는 스타일인데도 올림픽은 또 남달랐다"고 회상했다.
박인비는 '포커 페이스'의 일인자다. 평소 프로 대회 때도 잘 웃지 않는다. 이번 올림픽에선 더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왜였을까. 박인비는 "우선 다른 대회보다 이번 대회는 웃음이 안나더라. 한국에서 지켜보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뭐 하나라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마인드가 표정에서 나타난 것 같다"고 했다.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에게 더 남은 목표가 있을까. 일단 그녀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박인비는 "지난 한 달 반 동안 연습만 하다보니 휴가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못 쓴 휴가를 한 번 써보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훈련 위주로 많이 해서 재활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컨디션 회복에 중점을 둘 것이다. 경과를 봐서 복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욕심은 끝이 없다. 박인비는 메이저 대회 우승을 꿈꿨다. 복귀 무대는 다음달 15일부터 펼쳐질 에비앙챔피언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인비는 "에비앙챔피언십은 마음 속에 나가고 싶은 대회다. 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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