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선발은 전날까지 13승7패를 기록중인 '알짜용병' 보우덴, LG선발은 우규민 대신 마운드에 오른 '땜질 선발' 이준형(2승5패). 무게감은 두산쪽으로 확 쏠렸다. 하지만 변수가 하나 있었다.
전날까지 LG는 두산을 상대로 6승6패 호각지세, 더욱이 보우덴을 상대로는 두 차례나 혼쭐을 내준 바 있다. 보우덴은 LG를 상대로 두번 모두 5이닝을 넘기지 못하고 조기강판됐다. LG전에선 1패에 평균자책점 12.91.
LG만 만나면 역시 뭔가 불편한 보우덴이었다. 1회초부터 이상조짐이 일었다. 보우덴은 1회초 37개의 볼을 던지며 크게 흔들렸다. LG는 1번 김용의 볼넷, 2번 이천웅 우중간 안타, 3번 박용택 1타점 중전안타, 4번 히메네스의 볼넷으로 선취점을 올린뒤 무사만루의 황금 찬스를 이어갔다. LG에서 득점권 타율이 가장높은 5번 채은성(전날까지 득점권타율 0.374)이 타석에 들어섰다. 풀카운트에서 터무니없는 높은 볼에 채은성은 헛방망이를 돌렸다. 보우덴은 상대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스스로에게 화가난 듯 이를 깨물며 악을 썼다. 최악의 위기를 조금씩 벗어나자 보우덴도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6번 오지환 역시 나쁜 볼에 계속 손이 나가다 3루수 파울 플라이아웃. 7번 양석환은 볼카운트 3-1에서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무사만루에서 추가 실점을 막았다. 선취점(1점)을 내주고도 두산 벤치에 활기가 돌았다. 상대 선발이 볼-볼-볼이었음에도 LG타자들은 타석에서 좀더 신중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보우덴은 2회부터 제 컨디션을 찾았고, LG타자들에겐 더이상 반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1회말은 두산 타자들의 집중력과 LG 야수들의 나사 풀린 플레이가 교차됐다. LG선발 이준형은 두산 1번 박건우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고, 2번 허경민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으나 이후 악몽같은 타자일순이 기다리고 있었다.
3번 민병헌 중전안타, 4번 오재환 2타점 좌중월 2루타(펜스 상단직격), 오재일의 1타점 우전안타가 나오자 스코어는 1-0, LG의 리드에서 금방 3-1, 두산의 역전.
특히 민병헌의 중전안타 때 LG 중견수 김용의는 대시하며 캐치하려다 바운드되는 볼을 뒤로 빠뜨렸다. 성급한 플레이였다. 1루주자 박건우의 판단착오로 불필요한 진루는 없었으나 허술한 빈틈은 상대의 전투력을 끌어올릴 뿐이다. 오재일 타석 때도 똑같은 '알까기'가 나왔다. LG 우익수 채은성이 오재일의 빗맞은 타구 바운드를 대충 맞추다가 뒤로 빠뜨렸다. 2루 주자 김재환은 가볍게 홈을 밟았고, 오재일은 우익수 실책으로 2루까지 출루했다. 이후 두산은 6번 양의지의 1타점 우전안타, 7번 국해성의 1타점 2루타, 8번 오재원의 1타점 우전안타가 속사포처럼 터졌다.
두산은 1회에만 6득점하며 승기를 가져왔다. 전날 6대5 1점차 승리를 거뒀던 LG. 선두 두산을 상대로 2연전을 모두 가져가는 것을 '사치'라는 느꼈을까. 하룻만에 LG플레이의 짜임새가 흐트러졌다. 두 차례 알까기는 불행의 전조였다. 두산은 2회 오재일의 좌월 투런홈런으로 2점을 더 달아났다. 3회에는 민병헌의 투런홈런을 포함해 5개의 안타와 LG의 수비실책, 볼넷 2개를 묶어 대거 7점을 더 쌓았다. 스코어는 15-1까지 벌어졌다. 3회말이 끝나자 이날 경기는 개인기록의 향연으로 바뀌었다. 두산이 18대6으로 이겼다. 보우덴은 5이닝 동안 133구를 던지며 7안타 5실점(4자책)으로 천신만고끝에 시즌 14승째(7패)에 성공했다. 2전3기만에 LG전 첫 승이었다. 잠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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