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올여름을 책임진 악역들이 주목받고 있다.
올 여름 스크린 전쟁에서는 악역들이 제 몫을 해주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악역이 맹활약을 펼친 작품들은 5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여름 시장을 장악했다.
특히 최근 한국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악역들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인간적 고뇌와 고민을 느끼게하는 캐릭터들로 포진돼 극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가장 눈에 띄는 악역은 역시 영화 '인천상륙작전' 속 림계진 인천방어사령관 역의 이범수다. 지난 4일까지 703만3158명의 관객을 동원한 '인천상륙작전'에서 이범수의 역할은 꽤 컸다. 극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어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이 바로 인천방어사령관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범수는 "림계진 캐릭터를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했다. 우선 순수 함경도 사투리를 배우기 위해 실제 함경도 출신 탈북자분에게 사투리를 배웠다. 그 분이 군 출신이었기 때문에 더 정확한 언어구사가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림계진의 사투리는 극찬 받은 바 있다. 게다가 이범수는 러시아어를 따로 공부했고 7KG 몸무게를 불리는 시도까지 했다. 덕분에 림계진은 신념에 가득차 인천을 방어해야하는 극악무도한 캐릭터로 스크린에 투영됐다.
올해 첫 1000만을 달성한 '부산행'의 용석 역의 김의성 역시 올 여름 가장 돋보이는 악역 중 한명이다. 용석은 부산행 KTX에서 의문의 바이러스가 전파된후 자신만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욕'을 먹었다. 특히 김의성은 한없이 이기적인 면모를 보이면서 보는 이들에게 '저 상황에서 나라면 저렇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까지 하게 만들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을 받았다. 김의성은 "사실 과도한 감정표현이 어색하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연상호 감독과 상의 끝에 그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크린에서 보니 그 판단이 옳았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덕혜옹주' 속 윤제문은 표독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관객을 웃음짓게 하는 악역으로 주목받았다. 극중 친일파 한택수 역을 맡은 윤제문은 덕혜옹주를 끝까지 쫓아다니며 괴롭히다 마지막에도 혼자만 귀국하는 모습으로 악역의 본분을 다했다. 이 와중에도 라미란과의 '격투신'(?)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기에 충분한 요소로 눈길을 끌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올해는 한국영화에서 악역의 비중이 유난히 컸던 작품들이 많았다. 또 악역이 맹활약을 펼친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다"며 "감독의 입장에서 악역은 연기 잘하는 배우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연기가 어설프면 관객들에게 웃음밖에 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믿고 보는'는 배우들이 악역으로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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