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홈구장 관중석에는 강정호를 응원하는 문구가 유난히 많아졌다. 'King Kang'이라고 적힌 문구를 관중석 여기저기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강정호가 타석에 들어서면 중계 카메라도 강정호를 응원하는 팬들을 잡는다. 강정호가 부상에서 돌아온 뒤 더욱 강력한 방망이 솜씨를 뽐내자 팬들의 사랑도 더 뜨거워졌다.
강정호는 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게임에 5번 3루수로 선발출전해 결승 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2타점을 때렸다. 부상 복귀 첫 출전한 전날 세인트루이스전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3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강정호는 이날도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피츠버그의 간판타자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맹타를 앞세워 세인트루이스를 4대3으로 꺾고 8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특히 강정호는 피츠버그의 레전드인 '로베르토 클레멘테의 날'을 맞아 팀에 의미있는 승리를 선사했다.
강정호는 1-1이던 1회말 2,3루 상황에서 3루쪽 내야안타로 날려 타점을 올렸고, 2-2 동점이던 3회말에는 좌전안타를 터뜨렸다. 3-2로 앞선 6회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강정호는 3-3으로 맞선 8회말 중월 솔로홈런을 날리며 결승점을 기록했다. 상대 투수 알렉스 레이예스의 99마일짜리 강속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볼카운트 1B2S에서 레이예스가 결정구로 던진 직구가 가운데 높은 코스로 날아들자 정확한 타이밍에 배트 중심에 맞춰 담장 밖으로 넘겨 버렸다.
이날 강정호의 결승 홈런은 상대팀 투수 운용을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상황은 3-2로 앞선 피츠버그의 5회말 공격에서 나왔다. 1사후 선발투수 마이크 리크가 그레고로 플랑코에게 우월 2루타를 맞자 세인트루이스 포수 야디어 몰리나가 마운드로 올라갔다. 몰리나가 얘기를 끝내자 이번에는 마이크 매서니 감독이 직접 마운드로 올라갔다. 투수 교체를 하겠다는 것인데, 예상대로 리크는 공을 매서니 감독에게 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어 등판한 투수가 바로 강정호에게 결승홈런을 얻어맞은 레이예스였다. 매서니 감독이 하필 강정호 타석에서 투수를 교체한 이유는 뭘까. 리크는 4⅓이닝 동안 75개의 공을 던졌다. 9안타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통상적으로는 선발을 바꿀 시점은 아니었다. 매서니 감독의 고민이 묻어난 대목은 몰리나가 먼저 리크에게 다가간 뒤 본인이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는 점이다. 강정호는 전날 3안타에 이날도 앞선 두 타석에서 연속 안타를 때리고 있던 터.
더욱 흥미로운 것은 강속구 투수를 빠른 공에 강한 강정호에 붙였다는 점이다. 팬그래프스닷컴에 기록된 레이에스의 구종은 97~101마일 직구, 88~90마일 체인지업, 78~80마일 커브다. 물론 빠른 공이 레이예스의 주무기다. 올해 22세인 레이예스는 지난달 10일 신시내티 레즈전을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고,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 역할을 하고 있다.
8번의 골드글러브에 빛나는 몰리나는 강정호를 맞아 레이예스에게 1~3구 체인지업을 주문했고, 5구째 98마일 직구로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다음 타자 맷 조이스 역시 98마일 직구로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으니, 결과적으로 매서니 감독의 교체는 시기적절했다.
매서니 감독은 3-3으로 맞선 8회말에도 레이예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선두타자가 강정호였다. 이번에도 몰리나는 변화구로 강정호의 시선을 흐트러뜨리려 했다. 초구 77마일 커브가 볼이 됐고, 강정호는 2구 체인지업과 3구 직구를 헛스윙과 스트라이크로 보내며 1B2S에 몰렸다. 4구째 90마일 체인지업이 한복판으로 떨어졌지만 파울로 연결됐다. 이어 5구째 99마일 직구가 한복판 높은 코스로 날아들자 강정호는 기다렸다는 듯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레이예스의 메이저리그 첫 피홈런이었고, 결국 그는 3⅔이닝 2안타 1실점으로 메이저리그 첫 패전도 안았다.
이틀 동안 3홈런을 포함해 6안타, 5타점을 때린 강정호는 시즌 타율 2할5푼7리, 17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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