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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스탠드'를 끝내고 미국에서 두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일 때 제안받은 작품이 '밀정'이었어요. 당시 미국에서 중·저예산 영화를 기획 중이었는데 캐스팅이 난항에 빠졌거든요. 미국에서 저예산 영화는 톱스타가 출연하지 않으면 투자를 받을 수 없는데 저 역시 톱스타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다들 스케줄이 안 맞아서 힘들었어요. SF '인랑'을 돌입하기엔 너무 대작이라 천천히 준비하고 싶었고요. 의도치 않게 시간이 붕 떴는데 그때 '밀정'이 왔죠. 예전부터 스파이물을 좋아했는데 때마침 구미에 딱 맞는 작품이었던 거죠. 초고 단계에서는 상업적인 부분이 너무 없었는데 오락적인 요소와 인물들을 늘리면서 지금 시대에 맞는 상업영화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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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는 처음이에요. 칸국제영화제, 베를린영화제는 경험이 있는데 베니스영화제는 저도 새로웠죠. 다른 영화제와 달리 베니스영화제는 모든 초청 배우, 감독이 공항에서 내리면 보트를 타고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 섬으로 들어가잖아요. 보트를 타고 바다를 가로질러 가는 낭만을 꿈꿨는데 막상 도착하니 늦은 밤이더라고요(웃음). 깜깜해서 이게 바다인지 바닥인지 모르겠더라고요. 다행히 돌아올 때는 낮이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낭만을 즐길 수가 없더라고요. 베니스영화제에서 '밀정'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가장 인상적인 평은 '어디 하나 뺄 배우가 없다' '김지운의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어요. '밀정'을 얼마나 이해해줄지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을 겪어서인지 불굴의 레지스탕스 코드를 잘 이해해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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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은 '밀정'을 향한 또 다른 시선인 '국뽕(과도한 애국주의)'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한국전쟁, 역사를 다룬 영화에는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필연적으로 민족주의에 대한 찬양을 주입하는데 '밀정' 역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보니 이런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밀정'을 만들면서 가장 경계했던 부분이었어요(웃음). 신파로 빠지지 않길 원했고 계몽적인 애국심 고취를 강요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배경이 배경인지라 일찍부터 '밀정'을 두고 '국뽕'이라며 편견을 가지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런 오해로 '밀정'을 지나치는 분이 계실까 봐 계속해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밀정'은 국뽕이 아니다고요. 물론 애국을 강요하고 싶었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이야기에요. 그래서 콜드 누아르라는 말을 한 것도 있고요. '밀정'은 전작들처럼 차갑게 시작했고 물론 예상치 못하게 뜨겁게 끝났지만 그건 인간으로서 느끼는 감정이지 결코 애국을 주입하려는 건 아니었죠. 어떤 관객이 '밀정'에 대해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밀정'은 국뽕 영화가 아니라 눈뽕 영화다. 이 말이 정확한 거 같아요. 배우들의 연기, 미술, 미장센 등 보는 재미가 있는, 눈을 사로잡는 영화죠. 하하."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영화 '밀정'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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