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이어야 하는 롤모델 그리고 언젠간 넘고 싶은 벽. 김하성(21)은 강정호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 성장한다.
넥센 히어로즈 김하성이 20홈런-20도루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20일 광주 KIA전에서 6회초 김진우를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기록하며 20번째 홈런을 채웠다. 이 홈런으로 20-20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에는 홈런 1개만 모자라 실패했던 기록을 기어코 이뤘다. 프로 입단 3년만의 쾌거. 20-20은 파워를 갖추고 발도 빠른 타자만 해낼 수 있는 기록이다.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 김하성 포함 44번 밖에 없었다. 넥센 구단 역사에서는 4번째다. 2009년 외국인 타자 덕 클락, 2012년 '호호 브라더스' 강정호, 박병호가 나란히 기록한 후 김하성이 기록 대열에 합류했다.
나이로 보면 역대 최연소 2위(20세11개월3일)에 해당한다. 94년 LG 김재현(18세11개월5일)보다는 2년 늦다.
김하성의 20-20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수비 포지션 때문이다. 유격수는 수비 부담이 가장 많은 자리. 수비 센스와 스피드, 강한 어깨까지 갖췄을때 좋은 유격수가 된다. 지금까지는 내야 포지션 중 유격수와 포수에 대한 공격 기대치가 가장 낮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같은 소속팀에서 '톱 유격수' 계보를 잇는 강정호-김하성이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유격수가 20-20을 성공한 것은 해태 이종범과 강정호 그리고 김하성 뿐이다. '야구천재'였던 이종범은 96년과 97년 두차례 20-20을 달성했다. 리그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타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선수이기에 가능한 기록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종범의 기록에 근접한 유격수가 바로 강정호였다. 현대에 입단해 넥센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한 강정호는 2012년 20-20을 달성했고, 2014년에는 유격수 최초 40홈런 타이틀까지 꿰찼다. '파워형 유격수'의 새로운 표본이 된 것이다. 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된 것도 압도적인 실력 때문이다.
그리고 강정호가 넥센을 떠난 후 김하성이 계보를 잇는다. 모두들 강정호 부재를 걱정했지만, '될성 부른 떡잎' 김하성은 우려를 뒤엎었다. 1군 풀타임 첫 해였던 작년 활약을 봐도 그렇다. 아쉽게 신인왕, 골든글러브 수상에 미치지 못했으나 그가 거둔 성과는 인정받았다.
강정호의 기록은 김하성에게는 성장촉진제와 같다. 높은 목표치가 있기 때문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다. 김하성도 "정호형이 워낙 잘했기 때문에 나는 더 노력해야 한다. 보통 목표를 이루면 허무하다고 하던데, 또다른 목표 의식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내년에 30-30을 노리는 것도 좋고 계속 도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기록 달성도 결국 어렵게 찾은 해답 덕분이었다. 김하성은 "어제(20일) 곰곰히 생각해봤다. 작년에 10경기가 남았을때 홈런만 노리다가 타율만 깎아먹고 실패했다. 평소대로 했다면 그중 홈런이 나왔을텐데 의식을 하니 실패한 것이다. 앞으로도 작년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게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자 놀랍게도 기록이 따라왔다.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은 넥센표 자연스런 세대 교체의 정점이다. 발전을 스스로 갈구하고 실패에서 정답을 찾는 자세. 빛과 그림자 속에서 자라는 김하성의 양분이기도 하다.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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