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자존심은 이미 지켜졌다. 어느 팀이 올라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무대의 한 켠은 K리그의 몫이다.
양보는 없다. 전북 현대와 FC서울이 28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충돌한다. 무대는 2016년 ACL 4강 1차전이다. 4강 2차전은 다음달 19일 장소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펼쳐진다.
모든 것이 '제로베이스'다. 상대 전적과 징크스 등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과 두 사령탑의 전략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최강희 전북 감독(57)과 황선홍 서울 감독(48)은 남은 24시간 동안 변수를 줄이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선제압은 ACL 결승행의 핵심 열쇠다. 첫 단추를 환희로 꿰기 위한 전북과 서울은 어떤 필승 전략을 준비하고 있을까. 김성원, 김진회 기자
전북=변화 없다, ACL 8강처럼…
"큰 경기일수록 편안하게 준비해야 한다." 수많은 빅 경기를 치르며 산전수전을 겪은 최 감독의 노하우다. "즐겨야 한다"는 그는 "내가 편안한 모습을 보여야 선수들도 덜 부담을 가지게 된다"며 웃었다.
큰 변화는 없다. 전북의 출전 선수는 예상이 가능하다. 경고누적 결장자가 없다. 부상자는 미드필더 이 호 뿐이다. 그러나 대체자는 풍부하다. 최 감독도 1, 2차전 모두 최정예 멤버의 기용을 선언했다. 그는 "출전 명단에 변화는 크게 주지 않을 예정이다. 특히 원정에서도 소극적인 경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리그 32경기 연속 무패와 ACL 4강을 이끈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강하기에 할 수 있는 발언이다.
특히 지난 18일 수원전부터 ACL 4강 1차전에 맞춰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한 최 감독은 ACL 8강의 경기력 부활을 원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 국가대표 헐크로 무장한 상하이 상강(중국)을 5대0으로 대파했던 2차전 때 드러난 강한 정신력을 바라고 있다. 최 감독은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은 ACL 8강과 같이 가져가야 한다"면서 "집중력이 굉장히 높은 경기다. 우리만의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최 감독은 심리전으로 4강의 문을 열었다. 뼈있는 농담은 황 감독의 자존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최 감독은 "깜짝 카드는 없는데 서울이 스리백도 서고, 포백도 활용하는 걸 보면 오히려 머리가 복잡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스리백을 예상하지만 마지막은 감독들의 잔머리 싸움이다. 상관없다. 나는 이미 최용수 감독의 스리백과 포백에 모두 대응해봤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방심은 최 감독이 경계하는 1순위다. 최 감독은 "단기전은 모른다. 서울의 리그 3연패는 아무 의미가 없다. 전력은 종이 한 장차다. 선수들의 자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을 차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FC서울=ACL과 K리그는 다르다
갈 길 바쁜 쪽은 1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전북 현대다. 서울은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 90분, 단판승부가 아니다. 2차전이 홈에서 열리는 만큼 또 다른 90분을 기약할 수 있다.
황선홍 감독은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혜는 필요하다. 정면 충돌도 선택할 수 있지만 토너먼트에서는 변칙도 필요하다. 황 감독은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후 포백을 뿌리내렸다. ACL 4강 진출이 확정된 후 변신을 시도했다. 최용수 감독 시절 만개한 스리백을 다시 꺼내들었다. 18일 제주(0대0 무), 21일 수원FC(1대0 승)와의 K리그 경기에서 스리백을 다시 실험했다.
전북의 막강 화력에 대비, 1차전에선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황 감독은 3-5-2 시스템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원정 다득점 원칙이 적용되는 만큼 득점은 필수다. 황 감독이 결과를 떠나 "득점이 목표"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선수비-후역습을 통해 전북을 철저하게 괴롭힌다는 것이 황 감독의 복안이다.
서울은 올 시즌 K리그에서 전북과 3차례 만나 모두 울었다. 최용수 감독이 1패, 황선홍 감독이 2패를 당했다. 황 감독은 ACL과 K리그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얘기했다. 그는 "180분에 승부가 가려진다. 서로가 부담이다. 축구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결과는 누구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전북전은 늘 덤비다 당했다. 얌전한 플레이도 화근이었다. 중원 장악을 위해서는 전략적인 거친 플레이도 수반돼야 한다. 전북도 아시아 정상이 목표지만 서울도 마찬가지다. "전북전이 사실상 결승전이라고 하는데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전북전은 우리가 가야할 과정 중의 하나다." 황 감독의 말에서 살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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