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기로에 섰다.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4년 연속 가을야구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이냐, 아니면 강제 리빌딩이냐.
한화는 지난 2일 넥센에 1대4로 패하며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지 벌써 9년. 내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혹독한 암흑기를 겪었던 LG에 이어 역대 두번째 최장기 포스트시즌 미진출 팀이다.
한화는 올가을 어느 팀보다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 현상황이 더 뼈아픈 이유는 지난 3년간 대규모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만년 꼴찌팀의 오명을 벗기 위해 2013년말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인 정근우(4년간 70억원)-이용규(4년간 67억원)를 영입했다. 전력강화 신호탄이었다.
2014년말에는 외부FA 배영수(21억5000만원), 권혁(32억원), 송은범(34억원)에 내부 FA 김경언을 8억5000만원에 붙잡았다. 지난해말에는 내부 FA 김태균(84억원), 조인성(10억원)에 외부 FA 정우람(84억원), 심수창(13억원) 등 4명과 도장을 찍었다. 여기에 최고 외국인투수로 평가받았던 에스밀 로저스(190만달러)와 재계약하고 거포 윌린 로사리오(130만원)를 영입했다.
한화의 투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올초 발표한 상위 27명(외국인선수 제외) 평균 연봉이다. 한화는 3억3241만원으로 사상 첫 3억원 돌파, KBO리그 부동의 1위 구단이 됐다.
3년 연속 물량공세를 했음에도 한화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14년 10월, 3년간 계약금과 연봉 등 20억원을 김성근 감독을 영입한 것은 방점이었다. 결국 '우승 청부사'도 지난해 6위에 이어 올해도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5년과 2016년은 최종적으로 실패한 시즌이다.
한화는 단기 투자로 팀의 근간을 바꾸려 했다. 스포츠구단이 우승에 도전하는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만년 꼴찌팀이 체질을 바꾸는 데는 투자만한 것이 없다. 신인을 키우고 팀문화를 바꾸는 데는 너무 긴 시간이 걸린다. 이 또한 좋은 베테랑이 존재해야 가능하다. 이미 너무 잦은 실패를 경험한 한화는 비용을 치르더라도 지름길을 택했지만 본전도 잃고, 길도 잃었다.
이제 4년째 큰 투자를 할 것인지,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팀을 재건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투자대비 효과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해 선수육성과 좀더 합리적인 운영으로 물줄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다행스런 점은 FA에 대한 투자효과는 최소 4년이다. 내년에 통큰 투자를 하지 않아도 '투자 자양분'은 어느정도 남아있다. 핵심은 팀을 꿰뚫는 키워드에 있다. 오늘만 살것인지, 내일도 볼 것인지.
아직 계약이 1년 남았지만 김성근 감독의 거취를 매듭짓는 것이 하이라이트다. 지금은 정중동이지만 시즌이 마감되면 본격적인 내부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한화 고위관계자는 최근 "시즌을 마무리한 뒤 공과를 논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지만 논의없이 그냥 넘어가기 힘든 상황이 됐다. 한화 그룹내에서도 김 감독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그룹 세미나에 참석했던 구단관계자는 주위로부터 김 감독 거취에 대한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김 감독이 온뒤 만년 꼴찌팀이 리그 최고의 인기팀이 되고, 올시즌 21차례 홈경기 만원관중을 기록하는 등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반면 잦은 혹사논란, 과하게 전력을 쥐어짜는 '몰빵 야구'는 가을을 앞두고 퍼지는 등 적잖은 후유증을 남겼다. 모든 것을 떠나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김 감독 야구는 더 많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한화가 3년 계약기간에 주목해 2017년에도 김 감독과 함께 한다면 재차 겨울 큰 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부 FA보다는 상대적으로 좋은 외국인투수 영입에 공을 들일 것이다. 김 감독과 결별한다면 대대적인 '강제 리빌딩'이 불가피하다. 허약 체질개선을 위해 '투약'을 잠시 멈추고 체내 '면역력'을 키우는 쪽으로의 치료방법 변경을 의미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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