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담뱃세 인상으로 담배회사들의 재고차익이 7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이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기재부가 담뱃세 인상 전 4개월 동안 각 담배회사의 재고량을 보고 받았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광온 의원(더불어민주당, 수원 정)에 따르면 기재부는 2014년 9월에서 2015년 1월까지의 담뱃세 인상 결정 전후 기간의 담배제조회사 재고량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해 왔다. 그러다 지난 6일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서둘러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KT&G는 담배값 인상 전 재고를 쌓아 3187억원의 차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필립모리스코리아는 1691억원, BAT코리아는 392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 감사원은 담배회사 뿐 아니라 일반 도소매상이 담배 사재기로 거둔 수입까지 합치면 덜 걷힌 세금이 790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기재부가 2014년 9월 12일 발령한 '담배 매점매석행위에 관한 고시'의 부칙에 근거해 담배제조사들의 반출실적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영업비밀로 부쳐졌던 재고량 자료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의원은 "기재부가 2014년 12월 '담배 매점매석행위에 관한 고시' 개정 이유에 대해 담뱃세 인상 전 소비량증가에 따른 물량 부족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매입량 104% 제한을 예외로 풀어준 것은 당시 담배회사의 재고량을 신속히 반출시키고자 한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막대한 재고차익과 탈세 의혹이 유발된 것은 담뱃세 인상 전 시기의 재고량을 파악하고 있었던 기재부가 '담배사업법'에 규정된 담배제조업자에 대한 업무보고 지시 및 관계 장부나 서류 등의 열람 권한 등의 의무를 소홀히 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합계 1조원이 넘는 담배사의 재고차익과 탈세를 선제적으로 방지하지 못한 기재부가 2014년 12월 31일 담배제조사와의 간담회 당시, 한가롭게 시장의 큰 혼란이 없었다는 안일한 인식을 드러낸 것을 두고 낯 뜨거울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라 지적했다.
또한 당시 담뱃세 인상 시점부터 판매되는 새로운 물량에 대해 인상을 알리는 문구나 특정한 표식을 새겨 인상된 후에 반출된 담배임을 알리는 구분이 필요했음에도 기재부는 이를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담뱃세 인상전 재고차익을 이용한 수 천억대 세금 탈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정일우 필립모리스코리아 대표는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감사원 결과를 인정하느냐'는 질의에 "감사원 발표에는 해석상의 차이가 있다"고 탈루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정 대표는 "담뱃세는 제품이 공장에서 반출시 확정되는데 저희 제품은 2014년 연말 전에 모두 양산공장에서 외부 창고로 반출 완료됐다"며 "다만 감사원 시각은 공장 외부 창고가 공장의 일부라고 보는데 파생된 문제"라고 반박했다.
토니 헤이워드 BAT 코리아 대표도 "회사의 반출절차는 항상 똑같았다"면서 "국세청 조사가 끝나면 더 정확한 사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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