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이란전에서 패한 뒤 던진 이 한 마디는 거대한 파도가 됐다.
'아자디 징크스'는 논외였다. 무색무취 전술로 내용과 결과를 모두 놓쳤던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 탓'을 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선수들도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축구계와 팬들은 분노했고 화살은 슈틸리케 감독을 향했다. 여론이 들끓자 슈틸리케 감독은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귀국 자리에선 "한국은 지난 8차례 월드컵에서 10명의 감독을 바꿨다. 사퇴하라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물러나겠지만 그게 과연 한국 축구를 향해 옳은 일인가를 생각해보라"며 날을 세웠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안컵 우승,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전승(쿠웨이트전 몰수승)으로 하늘을 찔렀던 슈틸리케호의 인기가 하루 아침에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직접 나섰다. 정 회장은 1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서 열린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비 현황 설명회 자리에서 "최근 최종예선 부진으로 축구 팬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축구의 수장으로서 정 회장은 이미 슈틸리케 감독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이란전에서 패한 뒤 이튿날 테헤란 에스테그랄호텔에서 슈틸리케 감독과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서 정 회장은 슈틸리케 감독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경솔했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나선 자리에서도 비슷한 뜻을 전했다. 정 회장은 "어느 대회든 쉬운 최종예선은 없었다. 이번에도 그런 것 같다. 10경기 중 4경기를 치렀는데 아직 낙담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슈틸리케 감독을 지난 2년간 지켜본 결과 축구에 대한 열정 큰 지도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갑자기 비판을 받다보니 예민해져 인터뷰에서 오해의 소지 남긴 듯 하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슈틸리케 감독이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특정 선수를 언급하는 모습이 누구를 탓을 하거나 변명-핑계를 하는 것처럼 들렸을 수 있다. 사실 대표팀 전술이나 경기 운영에 대해 내가 언급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 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슈틸리케 감독의 성향을 감안하면 우리와 서양의 표현 방식 차이가 아닌가 싶다"고 애써 감쌌다.
자신이 구단주 자리를 맡고 있는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부산을 이끌었던 앤디 애글리 감독(스위스)까지 예로 들며 이해를 구했다. 정 회장은 "(이란전을 계기로) 소통 문제를 어느 정도 인지한 만큼 보완책을 잘 마련할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한달 간 슈틸리케 감독 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 비판보다는 힘을 실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11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A조 5차전 결과에 따라 감독 거취를 결정할 것이냐는 물음엔 "미리 정한 것은 없다"면서 "승부의 세계에선 결과가 가장 중요하지만,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 위기에서 강한 게 한국 축구"라고 강조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격앙돼 있다. 이날 자리한 축구계 한 관계자는 "우즈벡전에선 무승부도 위험하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우즈벡전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슈틸리케 감독 본인이 책임을 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의 최종예선을 돌아보면 선수들이 궁지에 몰리는 시기에 반전의 실마리를 잡곤 했다. 하지만 이들을 결집시키는 것은 결국 감독의 몫"이라며 '리더 책임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위기의 슈틸리케호를 바라보는 정 회장의 1차 선택지는 '안정'이다. 하지만 우즈벡전 결과에 따라 이 모든 결정은 바뀔 수 있다. 슈틸리케호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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