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역사는 곧 아시아 축구사다.
아시아 최다 월드컵 본선행(9회), 월드컵 아시아 최고 성적(4강),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최다우승국(10회) 등의 기록이 말해준다. 세계 무대에서 발휘한 투혼은 '축구 변방'으로 취급됐던 아시아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시아의 호랑이', '아시아의 맹주'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었던 이유다.
더 이상 아시아는 한국 축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 축구가 아시아의 벽을 넘는 것조차 벅차 보인다. 형님들의 위태로운 행보 속에 아우들 마저 잇달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19세 이하(U-19)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각) 바레인 리파에서 가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1대2로 역전패해 8강행에 실패했다. 같은 조의 바레인, 사우디와 2승1패로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 밀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8강 출전권을 잡지 못했다. 한 달전 인도 고아에서 열렸던 AFC U-16 챔피언십에서는 서효원 감독이 이끄는 U-16 대표팀이 조별리글 넘지 못한 바 있다. 17세, 20세 대표팀이 AFC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동반 탈락한 것은 지난 1994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AFC U-19 챔피언십은 내년 국내에서 개최될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의 아시아지역 예선을 겸하는 대회다. 이번 대회 4위 팀까지 본선 출전권이 주어진다. 한국은 대회 결과와 관계없이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 출전이 확정된 상태다. 200여일 앞으로 다가온 본선을 앞두고 '평가' 성격이 짙었다.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가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사실 U-19 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컸다. U-20 월드컵 개최국의 자존심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 사상 두 번째로 국내서 개최됐던 FIFA U-17 월드컵에서 흘린 눈물의 기억이 생생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큰 형님'들의 뒤를 이어 5년 만에 도전장을 내민 '막내'들의 성적표는 아쉽게도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10년 만에 개최하는 FIFA 대회인 만큼 대한축구협회에선 흥행 만큼 성적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안익수 감독을 전임지도자로 낙점한 뒤 공을 들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00여일 앞으로 다가온 U-20 월드컵에서 '10년 만에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제 구실을 해야 할 '큰 형님'인 슈틸리케호는 '러시아로 가는 길목'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미래를 짊어질 아우들마저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한 한국축구의 대대적 정비와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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