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걱정되기는 한데, 설레는 마음이 더 커요."
새로운 시작은 두 마음을 동반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장밋빛 인생에 대한 설렘이다. 새 출발을 앞둔 한국 배드민턴의 슈퍼스타 이용대(28·삼성전자). 그 역시 두려움과 설렘의 경계에 서 있다. 그는 2016년 일정을 마친 뒤 '재능기부'를 즐기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최연소 국가대표가 만든 '영광의 시대'
중학교 3학년이던 2003년. 역대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단 이용대는 10년 넘는 세월 동안 정상을 굳건히 지켰다.
2006년 인천세계주니어배드민턴에서 단체·복식·혼합복식 1위를 석권한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특히 이용대는 인도네시아와 펼친 베이징 대회 결승전에서 승리 확정 후 카메라를 향한 '윙크'로 누나팬들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빼어난 실력은 물론이고 준수한 외모까지 갖춘 이용대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리는 순간이었다.
1등, 1등, 1등…정상의 부담감
이용대의 활약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그는 매년 정상급 기량으로 국제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냈다. 파트너가 바뀌어도 이용대는 늘 '최고'였다. 이효정(35·은퇴) 유연성(30·수원시청) 등 짝을 바꿔가면서도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는 이미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배드민턴 선수로 우뚝 서 있었다. 그렇게 그의 배드민턴 인생은 당연한듯 늘 '1위'라는 수식어와 함께 했다.
쏟아지는 갈채와 스포트라이트.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일 줄 알았다. 누가 봐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삶은 그 어떤 순간에도 일방적이지는 않다. 최상의 행복이나, 최악의 불행을 안기지 않는다. 빛과 그림자의 동반 재림. 이용대에게도 그랬다. 최고의 순간, 그는 맘껏 웃지 못했다. 1등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그는 "1등 부담감이 있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2~3년 동안은 즐기면서 배드민턴을 했다. 그러나 런던 대회부터는 뭔가 달랐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면서 지쳐갔다. 매년 패턴이 반복되니까 내가 언제 메달을 땄었는지 조차 잊게 됐다"고 했다. 회상도 쉽지 않은듯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
설렘 가득한 출발선
고민이 깊어졌다. 모든 것을 다 이룬 자의 선택,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고심 끝에 그는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정든 태극마크를 내려놓기로 했다. 그는 10월 2일 성남에서 열린 2016년 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를 끝으로 길었던 국가대표 생활을 마무리했다. 당시 이용대는 금메달을 목에 걸며 영광의 마침표를 찍었다.
끝은 곧 시작이다. 새로운 배드민턴 인생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는 삼성화재 소속으로 국내 리그와 해외 리그를 뛸 예정이다.
그는 충청남도 아산에서 열린 제97회 전국체육대회를 마친 뒤 "그동안은 대표팀에서 짜준 일정에 맞춰 생활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내 손으로 해야한다"며 "걱정되기는 한데,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2016년 일정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용대는 후배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며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11월에는 재충전을 위한 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대표팀에서는 은퇴했지만, 아직 배드민턴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배드민턴에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배드민턴이 좋다. 후배들을 가르치는 것도 재미있다. 내 열정을 배드민턴 외 다른 곳에 쏟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대는 "나는 금메달을 딴 뒤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더 완벽한 선수가 되기 위해 열정을 바쳐 최선을 다했다. 지금도 내 실력을 뛰어넘기 위해 열정적으로 훈련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영광과 부담이 교차했던 이용대의 청춘 시대. 내려놓고 비운 자리에 비로소 설렘이 찾아왔다. 이용대의 배드민턴 인생, 제 2막이 막 시작됐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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