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일수록 불펜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처럼 많은 주목을 받은 사례는 일찍이 없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좌완 셋업맨 앤드류 밀러가 폭발적인 삼진 퍼레이드로 가을 잔치를 수놓고 있다. 시카고 컵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까지 3승2패로 앞서 있는 클리블랜드는 1승을 보태면 1948년 이후 68년만에 패권을 차지한다. 클리블랜드의 강점은 셋업맨 밀러와 마무리 코디 앨런이 이끄는 불펜진이다. 특히 밀러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MVP에 오르는 등 이번 포스트시즌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밀러는 3경기에 등판했다.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 1차전에서는 2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했고, 29일 3차전에서는 1⅓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인 완벽한 투구로 구원승을 따냈다. 클리블랜드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30일 열린 4차전에서도 7-1로 크게 앞선 7회말 선발 코리 클루버를 내리고 밀러를 호출했다. 넉넉한 점수차지만, 밀러를 투입해 승리를 확정짓겠다는 의지이 표현이었다. 밀러는 7회를 삼자범퇴를 틀어막은 뒤 8회말 선두타자 덱스터 파울러에게 좌중간 솔로홈런을 허용하며 1실점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기록한 첫 실점. 그러나 밀러는 이후 3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며 리드를 이어갔다. 이번 포스트시즌 9경기에서 17이닝을 던져 안타 8개를 내주고 볼넷 4개와 삼진 29개를 기록중이다. 2승, 1세이브, 5홀드에 평균자책점은 0.53이다. 주목받는 것은 탈삼진이다. 밀러는 이미 단일 포스트시즌 구원투수 부문 역대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02년 LA 에인절스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가 기록한 28탈삼진.
밀러는 올 정규시즌서 70경기에 출전해 10승1패, 12세이브, 26홀드, 평균자책점 1.45를 기록했다. 클리블랜드가 중부지구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밀러가 이끈 불펜진의 탄탄한 활약 덕분이다. 특히 밀러는 74⅓이닝 동안 무려 123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닥터 K' 위용을 드러냈다. 9이닝 한 경기 평균 14.89개의 삼진을 올렸다. 포스트시즌서는 이 수치가 15.35개로 높아졌다.
1985년생인 밀러는 2006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6개팀을 옮겨다닌 '저니맨'이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인 밀러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플로리다 말린스, 보스턴 레드삭스,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거쳐 올시즌에는 지난 7월말 뉴욕 양키스에서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됐다. 클리블랜드는 우승 청부사 역할을 기대하고 밀러를 영입했다. 밀러는 양키스에서 셋업맨과 마무리를 겸업했는데, 클리블랜드에서는 주로 코디 앨런 앞에서 셋업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통산 성적은 43승41패, 71홀드, 49세이브, 평균자책점 4.22다.
밀러는 전형적인 투피치 스타일의 투수로 주무기는 슬라이더다. 올해 정규시즌서 직구의 비중은 39.4%, 슬라이더가 60.6%였다. 밀러의 슬라이더는 80마일 중반대에서 형성된다. 특히 오른손 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슬라이더는 역대 최강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만일 클리블랜드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다면 밀러가 또다시 MVP가 될 공산도 크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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