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또 한명의 '엔딩요정'이 탄생했다.
올해의 '엔딩요정'은 단연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이었다. 박보검은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츤데레 왕세자 이영 역을 맡아 눈부신 열연을 펼쳤다. '똥궁전'이라 불릴 정도로 막나가는 왕세자처럼 보였지만, 외척 세력의 횡포로 기를 펴지 못했던 부왕(김승수)을 보며 강력한 왕권 확립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사랑하는 여인 홍라온(김유정)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그의 속사정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이영에게 빠져들었다. 그래서 매번 엔딩신은 역대급 장면으로 회자됐고, 박보검은 '엔딩요정'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의 동생 영은 공주 역으로 열연했던 허정은이 그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시청자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다.
허정은은 KBS2 수목극 '오 마이 금비'에서 유금비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지난 4회 방송에서는 자신이 니만 피크병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다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고백해 시청자를 울리더니 11월 30일 방송된 5회에서는 "아빠"라는 잠꼬대 한마디로 감수성을 자극했다.
유금비는 자신이 니만피크병에 걸렸다는 것을 모휘철에게 숨겼다. 아직 자신을 딸로 받아들이지 못한 모휘철에게 투병 사실을 고백했다가 또다시 버림받을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 몰래 친자 확인을 준비하는 모휘철을 떠나 보육원으로 가 무연고 아동 의료 구제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모휘철을 사랑한 건 유금비였다. 아직 모휘철이 자신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본인도 모휘철에게 온전히 기댈 수 없었던 탓에 '아빠'가 아닌 '아저씨'라는 호칭을 써왔지만 막상 친구 홍실라(강지우)의 모친이 모휘철을 힐난하자 "우리 아저씨한테 왜 그러냐"고 맞섰다. 그리고 모휘철과의 이별을 위해 떠난 유성우 여행에서 잠든 그는 "아빠"라고 잠꼬대를 했다. 이를 들은 모휘철은 "그래. 같이 살아보자. 뭐 어떻게 안되겠냐"고 말했다.
모휘철-유금비 부녀는 상당히 독특한 부녀관계였다. 항상 어수룩하고 사고만 쳐서 딸의 훈계(?)를 받는 모휘철과 아빠 잡는 똑부러진 딸 유금비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 그림은 아니었고, 그래서 더 신선한 웃음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여기에 숨어있는 반전이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다.
당찬 듯 보이지만 아직 열 살 꼬마인 유금비에게 세상은 두렵고 무서운 곳이다. 희귀병에 걸렸는데도 그 사실을 털어놓을 곳이 없고, 친아빠마저 100% 믿고 의지하기는 어렵다. 언제나 버림받을 것 같은 불안감에 오히려 더 어른처럼, 당차게 행동하는 아이가 바로 유금비다.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어린 아이가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아빠와의 이별을 준비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마음일지 짐작하기도 어려운데, 막상 본인은 덤덤하려 노력한다. 이처럼 숨겨진 서사를 지켜봤던 시청자들은 오히려 유금비의 어른스러운 모습에 짠함을 느끼고, 매회 엔딩신에 감정이입을 하게 됐다.
허정은의 활약에 힘입어 '오 마이 금비'는 지난회와 동일한 5.2%(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수목극 2위 자리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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