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박정우 감독이 원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게 제일 심각했기 때문이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정리가 될 수도 있고 봉합될 수도 있잖아요.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고 또 어떻게든 수숩이 되잖아요. 그렇게 세상은 이어지지만 원전은 그게 안되요. 한번 사고가 나면 끝이거든요. 체르노빌은 아직도 복구작업중이고 일본도 아직 후쿠시마 피해 정도조차 조사가 확실히 안되고 있어요. 시간이 오래 걸려서 끝나는게 아니죠. 게다가 우리나라의 원전 시설 주위에는 인구도 많고 상업시설도 많아요. 지금 이 순간에도 원전은 낡아가고 있고 지진은 점점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죠. 게다가 우리 모두 80년대에 지은 건축물에 대해서는 솔직히 신뢰감이 낮잖아요. 당시에는 안빼먹으면 바보라는 말도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준비중 세월호 사고가 터졌다. "내 시나리오가 거짓말이 아니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죠. 물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가능성을 있잖아요. 후쿠시마처럼 지진이 올 수도 있고 체르노빌처럼 작업자들이 실수를 할 수도 있는 일이고 갑자기 전력이 상실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물론 영화적 설정을 위해 넣은 에피소드도 있다. "사실 영화 속처럼 119 구조대가 원전 가까이 근접하는 것도 불가능하죠. 하지만 현실감과 현장감이 담보돼야하는 영화의 입장에서 구조대가 원전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이야기 진행이 안되요. 그래서 죽음을 각오하고 뛰어드는 구조대의 모습으로 가기로 했죠. " 다른 부분은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서 현실감 넘치게 만들어냈다. "돈은 많이 들어갔지만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상황을 만드려고 노력했어요. 실제 원전에서 촬영한 것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도 노력했고요."
대규모 촬영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돈을 많이 들여서 세트도 확보됐지, 스태프들은 각 분야 최고로 모았지, 연기자들은 베테랑이어서 알아서 잘하는 사람들이었지, 저만 잘하면 됐어요.(웃음)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현장이 예상보다 더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소방차 수십대가 왔다갔다하고 대형 선풍기들이 분진을 뿜어내고 뒤에는 불을 질러놨지, 각 파트는 정신없이 왔다갔다하면서 머리가 띵했어요. 하지만 곧 정신 차리고 했죠. 이런 촬영을 끝내고 나면 감독 입장에서는 희열이 있어요."
그렇게 '판도라'가 완성됐다. 오는 7일 개봉하는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이 대한민국을 덮치고 엎친 데 덮친 격 노후 된 채 가동되던 원자력 발전소 한별 1호기의 폭발사고까지 발생하며 벌어지는 사상 초유의 재난을 그린 작품이다. 김남길, 김영애,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 김명민이 가세했고 '연가시' '맞짱' '쏜다'의 박정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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