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감독 촌극, 더 이상은 없다.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이 막을 내린지 벌써 1개월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수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있다. '바지감독 촌극'이다.
지난 시즌 후반 아시아축구연맹(AFC)이 2017년부터 P급 라이선스 소지자만 K리그와 각급 대표팀 지도는 물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정했다. 때문에 당시 P급 자격증을 갖추지 못했던 조성환 당시 제주 감독, 노상래 전남 감독은 수석코치로 보직이 변경됐다. 제주와 전남은 각각 P급 라이선스 소지자인 김인수 감독, 송경섭 감독을 선임했다. 웃지 못할 촌극이었다.
다행히 AFC가 1년 유예기간을 설정, 2018년부터 시행하기로 해 문제가 봉합됐다. 그러나 마냥 안심할 일은 아니다. 더 이상의 논란은 없어야 한다.
9일부터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P급 지도자 강습회가 진행됐다. 촌극의 당사자였던 조 수석코치와 노 수석코치를 비롯해 이기형 인천 감독, 이흥실 안산 감독, 최윤겸 강원 감독 등 국내 지도자 25명에 외국인 지도자 3명을 포함 총 28명의 참가자가 교육에 참여해 학구열을 불 태우고 있다.
P급 강습회의 문은 아무에게나 열려있는 게 아니다. 당초 100여명의 지원자가 신청했다. 기술위원회 세칙과 신청자의 경력, 자격 등 선발 과정을 거쳐 참가인원을 추렸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바지감독 논란 때문인지 어느 때보다 신청 열기가 뜨거웠다. 경쟁률도 4대1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교육이 한창이던 12일 파주NFC 본관 강당.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참가자들의 목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이 땐 삼각 패스보다 2대1로 들어가는 게 효율적이지 않아?", "그러면 안정감이 떨어질 것 같은데…."
강당 벽면은 전술 구상을 담은 과제물로 도배돼 있었다. 1차 강습회 주강사인 리처드 베이트 잉글랜드 축구협회 고문 겸 국제축구협회 강사가 등장하자 모든 참가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교육은 이론과 실기로 나누어 진행되고, 오전부터 밤 9시 30분까지 이어진다. 과제도 제출해야 한다.
쉴 틈 없는 일정. 하지만 참가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기형 인천 감독은 "코칭의 기본과 전술 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지시를 내리고, 어떻게 인터뷰를 해야 하는지 등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세부적인 요소들까지 배우고 있다"고 했다. 최윤겸 강원 감독은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문화와 경험, 지식을 체험하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참가자들이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수석코치와 노 수석코치에게 이번 강습회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조 수석코치는 "ACL을 노리는 팀으로서 라이선스 준비가 미흡해 혼란을 빚었다"고 운을 뗀 뒤 "좋은 강사와 좋은 프로그램으로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략, 전술은 기본이고 선수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그리고 경기에 관한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수석코치는 "본의 아니게 시즌 막판 문제를 일으켰다. 미리 대처하지 못했던 미흡함을 인정한다"며 "새로 알게된 것도 많지만 알고 있던 부분을 더 깊고 디테일하게 배우고 있다"고 했다.
P급 강습회는 총 3회에 걸쳐 진행된다. 19일까지 1차 강습을 한다. 내년 7~8월 영국에서 2차 교육, 12월 최종 강습회까지 이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2~3회 실기시험과 발표과제를 수행한다.
하지만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만으로 P급 라이선스를 획득할 순 없다. 모든 참가자는 자신의 연구 목표를 담은 50~60장 분량의 영문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 여기까지 통과해야 P급 라이선스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갈 길이 멀지만 참가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새로운 도전이 무르익고 있는 현장. 한국 축구도 실전과 이론의 접목 속에 발전을 향한 한걸음을 뗐다.
파주=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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