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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인터뷰] 네번째 손님은 kt 위즈의 '캡틴' 박경수(33)다. '만년 유망주'에서 '수원거포'가 된 대기만성형 선수. 고심 끝에 FA(자유계약선수)를 선언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비웃었고 어떤 사람들은 만류했다. 그러나 박경수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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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을 이틀 앞둔 12월 30일. 수원 경수대로에 위치한 한 일본 음식점에서 박경수를 만났다. 딸 둘 그리고 아내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막 마치고 돌아온 그는 유쾌했고, 생각에 무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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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주장 연임을 자청했다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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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선수들이 많고, 굴곡 있는 선수들이 많아서. 선수단을 이끄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어떤 게 가장 화가 나나.
선수들이 실수를 하고, 실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누구나 다 할 수 있으니까. 정신적인 실수들은 화가 난다. 본헤드 플레이나 포메이션 사인이 났는데 타이밍이 하나도 안 맞고, 이해를 못 하고 있을 때. 거기서는 정말 못 참겠더라. 경기 중에도 미팅 소집해서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뭐라고?
지금 뭐하는 거냐. 관중석 안보이냐. 팀이 이기고 지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우리가 이 플레이를 하려고 미국에서 오전 내내 몇 시간씩 고생을 했는데 실책으로 쓸데없는 점수를 내주면 어떻게 이길거냐고 말했다. 또 후배들이 기죽고, 자신 없는 플레이를 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난다. 그래서 처음엔 좋게 이야기한다. '형이 볼 때는 아닌 것 같다. 빨리 잊어라. 경기 많이 남았으니까.' 이야기했는데도 안 통하면 강하게 말해야 한다. 팀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것 빼고는 없다. 선수들이 다들 착해서.
-누구보다 간절함을 잘 아는 선수라서 동질감도 느끼지 않나.
그렇다. 또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한 마음으로는 자신에게 득될 것이 없다.
-주장의 책임감이 무겁다. 다른 팀 주장들도 다들 힘들다고 하던데.
근데 정말 힘들다. 다들 내게 얼굴이 왜 이렇게 어둡냐고(웃음).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자리 자체가 잘해야 본전이다. 잘 해보려고는 하는데, 다행히 후배들이 잘 도와줘서 잘 버티고 있다.
-중간급에서는 누가 협조적인가.
투수조장 맡고 있는 홍성용. 성용이도 LG 시절에 같이 생활했었고, 그 친구 성격을 아니까. 적합하다 싶었다. 성용이가 많이 도와줬고, 야수 중에서는 오정복, 하준호 이런 선수들이 도와줬다. 정복이가 굉장히 착하고, 잘하는데 자기 이미지 관리만 조금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웃음).
-안색이 안 좋았던 이유 중 하나 아닌가. 선수단에 안 좋은 일이 많았던 것.
말도 못했다 사실. 그래서 고민을 되게 많이 했고, 결론내린 것은 우리가 조금 더 팬들에게 다가가자. 다가가서 잘해주자. 내가 구단에 요청했다. 우리가 이기는 날에는 간단한 것도 좋으니 선물 같은 걸 준비해달라. 구단에서 '배지'를 준비해줬다. 'WIN(승리)'이라고 써져있다.
-기념품 같은 것을 나눠주는 건가.
선수단 미팅에서 '우리가 저지른 일이니 더 다가갑시다. 퇴근하는 길에 벳지 3~4개라도 집어서 팬들에게 나눠줍시다'라고 이야기했는데, 굉장히 반응이 좋았다. 퇴근하고 집에 10~20분 늦게 가더라도 사인 다 해주자고 했는데 다들 잘 지켜줬다. 그런 식으로 풀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일은 저질러졌는데, 누구를 죽이니 살리니 하면 방법이 있나.
-인터넷 댓글도 보나.
다 본다. 안 보는 것이 좋은데,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걸로 상처를 많이 받았었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다 자기 몫이다. 열심히 잘하면 없어지는 이야기니까.
◇이구동성 "kt, 이제 야구만 잘하면 된다"
-각오는 했지만 2년 연속 꼴찌를 한 것은 기운이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올 시즌 초반에는 좀 되는듯 싶었다. 그런데 선수들 자체가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그 와중에 부상도 있었다. 한 명씩 빠지다 보니 '어? 안 되는데?' 하는 생각들이 쌓였다. 그때부터 흔들리지 않았나 싶다.
-2년 동안 kt에서 뛰면서 직접 본 긍정적인 부분들은 어떤 게 있나.
구단에서 특이하고 참신한 시도를 많이 한다. 팀 성적만 조금 뒷받침되면 효과가 굉장히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에게 무제한 로밍 데이터를 주신 것도 굉장히 큰 힘이 됐다. 힘든 훈련이 끝나고 가족들과 편하게 통화할 수 있어서 다들 만족했다. 또 전력 분석 앱도 좋다. 개개인이 상대 투수와 전적 영상들이 정리되어 있어 편하게 대비하고 있다. 홈런 영상, 안타 영상들도 다시 보기가 쉬워서, 타격감 안 좋을 때 도움이 된다. 이제 야구만 잘하면 되겠죠?(웃음)
-홈런 영상 다시 보기는 즐겨 하나. 역전 만루 홈런이나 끝내기 홈런이 기억에 남겠다.
2016시즌에는 KIA전에서 역전 만루 홈런 친 장면도 이상적인데, 개인적으로는 LG전 끝내기 홈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함께 자리한 구단 직원이 '음료 CF가 들어왔어야 할 장면'이라고 칭찬하자) 잘생긴 대형이형이었으면 들어왔을 텐데 나는 '메리트'가 없다.
-새로운 사령탑 김진욱 감독이 부임했다.
두산 선수들에게 어떤 분인지 많이 물어봤다. 다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더라. 너무 좋으시다고. 또 대화를 좋아하신다고 했다. '형 아무 이야기나 하세요. 잘 받아주세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미국 캠프에 가서 정말 아무 말씀이나 드려볼 생각이다(웃음).
-kt에 변화가 많다.
다른 팀이었지만 오고가며 인사를 드렸던 분들이고 워낙 좋은 팀에 계시다 오신 분들이다. 솔직히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시더라. 그래서 크게 어려울 것은 없는 것 같다. 감독님과도 아무 이야기나 더 많이 하면.
-김용국 수비코치가 개그 감각으로 마무리캠프 분위기를 바꿔놨다는 소문이 있던데.
우리 팀은 그런 분이 필요했다 정말. 그래서 빨리 스프링캠프에 가고 싶다. 코칭스태프, 선수단이 스킨십을 했으면 좋겠다.
-역사가 길지 않은 팀이라 팬들의 존재가 더 소중할 것 같다.
우리 팬들이 참 정이 많다. 야구단을 오래 기다리셨던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야구를 좋아하긴 하는데 응원팀이 없고, 생긴다고 하니까 기대를 많이 하신 분들이 꽤 있더라. 그런 분들은 좋은 성적만 바라시지는 않는다. 야구를 좋아하고, 가족들과 같이 야구장에 와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신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도 많지만 가족 단위가 꽤 많다. 특히 어머니들이 잡아서 '우리 아들 사인 한 번만 해주세요' 이런 경우가 많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지나칠 수가 없다. 안 해주면 집에서 무슨 일이 나거든(웃음). 그걸 잘 알기 때문에 그 선수는 그 아이에게 평생 찍히는 거다(웃음). 그래서 최대한 해드리려고 한다.
-kt팬들이 사랑하는 선수 아닌가.
내가? 글쎄. (함께 자리한 구단 직원이 유니폼 판매 실적 2위라고 귀띔) 1위는 당연히 이대형. 대형이형은 범접할 수 없는 존재다(웃음). 형이 유니폼 판매 실적 조작하는 것은 아니겠지. 대형이형 계좌를 한번 추적해봐야 한다. 뭐 하나 나올 수도 있다.
-kt 선수단의 주장으로서, 팬들에게 약속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제가 약속을 자꾸 어겨서(웃음). 올해도 꼴찌 안 한다고 했는데…. 그럼 올해는 꼴찌를 면하지 못하면 이 자리에서 팬들 몇 분을 초대해서 밥을 사야겠다. 분명히 내년에는 밥 살 일은 없을 것이다.
-선수들에게도 도와달라고 한 마디.
너무 잘 도와줘서 고마운데, 우리가 신생팀이라는 이야기를 더이상 안 들었으면 좋겠다. 사실 지금 경기에 나가는 주전 선수들은 어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신생팀 이미지를 빨리 벗고, 다른 팀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여건이 분명히 있다.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조금 더 하나가 돼서 시즌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
-LG에 있을 때부터 유독 포스트시즌과 인연이 안 닿는다.
LG 마지막 시즌에 할 뻔했는데, 다치는 바람에 못 했다. 하고 싶다 솔직히. 해보고 싶고, 못 하면 은퇴하고 나서도 생각이 날 것 같다. 결과를 떠나 좋은 추억인데, 꼭 은퇴 전까지는 해보고 싶다. 그래도 LG에서 다치고 나서 선수들에게 감동을 많이 했다.
-왜?
(오)지환이가 MVP를 받고 나서 내 이야기를 해줬다. 어린 친구가 이런 이야기까지 해주는구나 싶었다. (이)진영이형도 LG에 있을 때 내게 기사로 편지를 써줬었고. 글을 보면서 울컥한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던 것 같다. 정말 고마웠다. 비록 못 뛰었지만.
-앞으로 박경수의 야구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은 내 색깔을 찾아서 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진짜 골든글러브도 받아보고 싶고, 은퇴하기 전까지 여기서 좋은 후배들과 함께 가을야구도 꼭 해보고 싶다. 지금 저희 팀을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이 늘 지금처럼 영원하면 좋겠다. 너무 정이 많고 좋은 팬들이 많다. 선수들도 다 알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잘 야구 인생이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계속 20홈런 이상 치고 싶고, 30개도 도전해보고 싶고 100타점도 도전해보고 싶다. 올해 같은 경우는 목표를 달성했다. 팀 성적이 안 좋아서 아쉽지만, 이제 목표를 조금 더 높게 잡아보고 싶다. 내 가능성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도전해보고 싶다. 나이는 한 살 한 살 더 많아지고 있지만(웃음).
-20대 초중반 잘 몰랐던 시절의 박경수처럼 스스로 알을 깨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kt에 와서 많이 느낀 것은 멘탈적인 부분과 야구 경기를 할 때도 집중해야 하는 순간만 해야 한다는 것. 어릴 때는 경기가 3시간30분이면 내내 집중하고 있었다. 근데 사람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다. 그때는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집중하고 있었다. 그게 오히려 나를 경직하게 하고, 해가 됐던 것 같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다. 계속 집중을 하다 보면 결론은 그게 집중하는 게 아니다. 그냥 굳어있는 것뿐이다. 언젠가는 다 가능성이 있어서 프로에 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빛을 본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수원=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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