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악마가 처음 트리스트럼 대성당의 깊숙한 곳에 나타난지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블리자드가 탄생시킨 '디아블로'는 성공적인 데뷔와 함께 RPG의 혁명을 불러왔고 타이틀을 거듭하며 대표적인 게임 프랜차이즈로 올라섰다.
블리자드는 탄생 20주년을 맞이한 디아블로를 위해 현재 서비스 중인 '디아블로3'에 작은 이벤트를 열었다. 구 트리스트럼 지역에 과거의 디아블로로 이동할 수 있는 이벤트 던전을 공개한 것으로, 많은 올드팬들의 호응이 뒤따랐다.
이벤트 던전은 1020세대들에게 어색한 공간일지 모르겠으나 과거 '디아블로'와 '디아블로2'를 즐겼던 3040세대에게는 하나의 선물과도 같은 곳이다. 과거 모습 그대로 꾸며진 도트형태의 그래픽부터 무딘 캐릭터의 움직임, 빠른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악마들은 추억을 되살리기에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디아블로'의 특징을 충실히 재현하기 위한 던전 디자인은 놀라웠다. 지금의 '디아블로3'는 파밍 위주의 액션 RPG 성향이 강하지만 초기의 '디아블로'는 정말 미궁 속을 돌파해 나간다는 느낌의 퍼즐 RPG 형태다.
이벤트 던전 속에서 문을 열기 위해 혈석을 수집하거나 한 치의 앞만 보이는 상태에서 적들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은 던전 속에 충실히 반영됐다. 또한 장비, 몬스터 등도 동일하게 구현되면서 '디아블로'에서 느꼈던 어두침침한 분위기와 공포심은 사실 그대로 다가왔다.
던전의 미궁은 16층까지만 이어져 다소 짧다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블리자드는 다양한 업적 요소와 숨겨진 콘텐츠를 통해 유저들이 더욱 파고 들만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특히 디아블로를 처치하면 얻게 되는 붉은 영혼의 조각 보석과 형상 변환, NPC들의 영혼 부활 콘텐츠는 유저들의 지지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벤트 던전이 추가된 '디아블로3'는 시즌9 시작과 맞물리면서 다시금 큰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패키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매 시즌 마다 유저들에게 도전의식을 자극하며 새롭게 게임을 이어갈 원동력을 제공해줬던 게임은 앞으로 20주년을 넘어 30주년, 40주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서비스 10주년, 15주년 등 장수 반열에 올라선 다수의 국산 게임들이 여전히 인기리에 이어지고 있으나 현재의 상황과 디아블로의 20주년을 비교해 봤을 때 부러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의 국내 게임시장은 백년대계를 바라보고 산업 전반을 위한 게임 보다는 일시적인 매출과 살아남기 위한 게임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는 추세다.
게임의 주요 매출원이 3040세대로 자리 잡히면서 참신한 게임보다는 돈을 투자해야 이길 수 있는 게임들이 다수 등장하는 현실은 게임계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해외 게임 시장은 인기 프랜차이즈들의 넘버링 타이틀을 착실하게 쌓으며 새로운 IP를 개발하는 등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모두가 RPG만 바라보고 비슷한 게임성 속에 높은 경쟁을 지속하는 근시안적인 환경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블리자드는 성공적인 디아블로 프랜차이즈의 20주년을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지금의 게임을 만들었다. 당장은 시간이 부족한 사회인들이 고품질의 페이투윈 게임에 호응을 보내주고 있지만 언젠가 시장은 바뀌게 될 것이고 게임 업체들은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덧 새해가 밝은 2017년과 다가올 미래에는 백년을 바라보고 만들어지는 훌륭한 게임 프랜차이즈들이 국내에서도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게임인사이트 김지만 기자 ginshenry@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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