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하트레인(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헤수스 페레스 수석 코치가 벤치를 바라봤다. "소니, 컴온" 14일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 웨스트브로미치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홈경기 후반 38분이었다.
손흥민(토트넘)은 옷을 갈아입고 지시를 받았다. 터치라인 앞에 섰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이 손흥민을 한 팔로 안았다. 그리고 격려했다. 그리고 지리한 기다림이 시작됐다. 볼이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손흥민은 무려 6분 이상 터치라인에 서서 물끄러미 피치만 바라봤다. 후반 44분 해리 케인을 대신해 투입됐다. 그렇게 단 3분을 뛰었다.
손흥민이 '인내'의 시작점에 섰다. 터치라인 밖 5분의 기다림이 이를 상징하고 있다. 손흥민의 몸상태가 나쁜 것이 아니다. 팀의 전술적 선택 그리고 동료들의 상승세 때문이다. 토트넘은 3-4-2-1 전형을 택하고 있다. 최전방 공격 조합의 자리를 하나 줄였다. 해리 케인 원톱 바로 아래 두 명의 공격수를 배치했다. 이들 모두 중앙에서 케인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부족해진 공격 숫자는 좌우 윙백으로 메웠다. 대니 로즈, 카일 워커다. 이들이 사실상 윙처럼 올라와 공격에 가담한다. 포체티노 감독은 윙백 극대화를 위해 윙을 버렸다. 손흥민은 윙이 주포지션이다.
물론 손흥민도 3-4-2-1 전형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애스턴빌라와의 FA컵 3라운드였다. 빈센트 얀센 아래 배치됐다. 날카로운 움직임과 패스 연결 능력을 선보였다. 배후 침투를 통해 찬스도 많이 만들었다. 다만 팀동료들이 더욱 이 전형에 적합하다.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델레 알리다. 둘은 창의적이다. 개인기와 패스로 3-4-2-1 전형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전술 적합성 측면에서 이 둘이 손흥민보다 한 발 앞선다.
하지만 실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분명 기회는 온다. 그 때를 위해 몸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토트넘이 계속 3-4-2-1 전형을 유지할 지는 미지수다. 웨스트브로미치전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체티노 감독은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 스리백, 포백, 원톱, 투톱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팀의 실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상대에 따라 그리고 팀 상황에 따라 전형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아직 시즌은 4개월 이상 남았다. 강한 상대들도 많다. 2월부터는 다시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손흥민은 '멀티 플레이어'다. 윙은 물론이고 최전방도 소화 가능하다. 중앙에서도 뛸 수 있다. 포체티노 감독에게 손흥민은 전형에 따라 언제든지 쓸 수 있는 '다목적 카드'다. '인내'하며 '준비'만 한다면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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