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 V리그를 '양분'하는 라이벌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유서 깊은 전통의 명문이다. OK저축은행은 그에 비하면 떠오르는 신흥 강호였다.
두 팀의 대결 구도는 2015~2016시즌 본격화됐다. 현대캐피탈은 승점 81점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OK저축은행은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선 OK저축은행이 미소지었다. OK저축은행은 3승1패로 현대캐피탈을 누르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18연승을 기록하며 정규리그를 평정, 챔피언 트로피를 노렸으나 마지막 순간 OK저축은행에 내주고 말았다. OK저축은행은 2014~2015시즌에 이어 두 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며 본격적인 전성기에 접어드는 듯 했다.
그러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에선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대한항공을 비롯해 우리카드, 한국전력까지 만만치 않은 전력을 뽐내면서 '혼돈의 순위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시즌 '절대 1강'의 위엄을 보였던 현대캐피탈은 다소 주춤거리는 모양새였다.
OK저축은행은 더 심각했다. 트라이아웃 제도 도입 후 시몬의 공백을 효과적으로 채우지 못했다. 연이은 외국인선수 문제에 주축 선수 부상까지 겹치며 난항을 거듭한 끝에 V리그 남자부 최하위인 7위까지 추락했다.
3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중요한 경기였다. 현대캐피탈은 최근 2연패 중이었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면서 자칫 '봄 배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었다.
OK저축은행은 그야말로 벼랑 끝 심정이었다. 현대캐피탈에 패하면 플레이오프 진출 좌절이 확정되기 때문이었다.
뚜껑이 열렸다. 단 79분만에 승패가 결정됐다. 올 시즌 가장 빨리 끝난 경기. 승자는 현대캐피탈이었다. 현대캐피탈은 트리플크라운(서브, 블로킹, 후위 공격 3개 이상 성공)을 달성한 '캡틴' 문성민의 맹활약을 앞세워 OK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대0(25-15, 25-18, 25-21)으로 완파했다. 이날 승리로 2연패 굴레를 벗으며 승점 47점을 기록, 우리카드를 끌어내리고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반면 OK저축은행은 8연패 늪에 빠지며 승점 13점에 머물렀다. 봄 배구 진출이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남은 10경기에서 모두 승점 3점을 획득해도 플레이오프 진출이 불가능해 졌다. 3위 우리카드가 승점 47점을 기록, OK저축은행이 4위로 점프해도 준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없다. 3~4위 간 승점 차이가 3점 이하일 때만이 준플레이오프가 열린다.
현대캐피탈은 부진했던 4라운드의 그림자를 걷어냈다. 봄 배구 진출 가능성을 키운 동시에 대한항공(승점 50)과의 선두경쟁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OK저축은행은 V리그에 처음 나섰던 2013~2014시즌 리그 6위를 기록한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수도 있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30일)
남자부
현대캐피탈(16승10패) 3-0 OK저축은행(4승2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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