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할 때는 날카로워요."
'장거리 간판' 김보름(24)은 웃음을 지었다. 김보름은 그 누구보다 매서운 눈빛으로 훈련에 임한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달리고 또 달린다. 그러나 스피드스케이팅장 밖 김보름은 180도 다르다. 말도 많고, 유쾌하게 잘 웃는다. 그야말로 반전이다.
그러나 김보름의 진짜 '반전'은 따로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정상에 오르기까지 흘려야 했던 눈물, 그것이야 말로 김보름의 진짜 반전이다.
씁쓸한 과거가 있다. 학창시절 쇼트트랙을 탔던 김보름은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한 채 그저그런 선수로 평가됐다. 스피드스케이팅으로의 전향을 선언했을 때도 '네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냉담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 김보름은 눈물을 꿈 참았다. 대신 이를 악물었다.
결과는 달콤했다. 김보름은 2011년 카자흐스탄 알마티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매년 꾸준히 성장한 김보름은 2015~2016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매스스타트(400m트랙을 16바퀴 돌아 경쟁하는 것)에서 정상에 오르며 환호했다.
'반전소녀' 김보름은 이제 자타공인 스피드스케이팅 여왕이다. 올 시즌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평창 리허설'의 금빛 주인공도 김보름이었다. 김보름은 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6~2017시즌 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세계선수권대회 여자 3000m에서 4분3초85를 기록하며 4년 전 자신이 세운 한국 신기록(종전 4분4초62)을 갈아치웠다.
기세를 올린 김보름은 12일 열린 매스스타트에서도 펄펄 날았다. 그는 파이널 무대인 매스스타트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60포인트를 획득, 정상에 우뚝 섰다.
특유의 막판 스퍼트가 빛을 발했다. 경기 중반 이후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김보름은 2바퀴를 남기고 힘을 냈다. 특히 경기 막판 일본의 타카기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쟁을 펼쳤지만,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결승선을 100m 앞두고 매서운 기세로 상대를 압도하며 정상에 우뚝 섰다. 홈 팬들 앞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보름은 '평창 리허설'에서 금빛 피날레를 장식하며 희망을 밝혔다.
강릉=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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