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타고투저일까. 투수력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한국 대표팀뿐만이 아니다.
다음달 6일(이하 한국시각)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의 개막전으로 시작하는 제4회 WBC.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김인식 감독은 "28인 엔트리 짜는 것이 이렇게 힘들었던 대회는 처음"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럴 만 했다. 김광현(SK 와이번스) 이용찬(두산 베어스) 등 선발, 불펜을 맡아줄 수 있는 투수들이 수술로 빠졌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참가가 불발된 선수들도 있다. 유일한 메이저리거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우여곡절 끝에 합류했으나 투수력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나온다. 특히 우완 투수 기근 현상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투수진이 약해 고민하는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함께 A조에 속한 네덜란드는 강팀으로 꼽힌다. 하지만 중간 계투가 문제다. 지난해 11월 도쿄돔에서 일본과 평가전을 했을 때도, 선발까지는 비슷하게 가다가 중간 이후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향이 보였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LA 다저스)이 네덜란드 대표팀 소속이지만, 예비 엔트리에 있어 1라운드는 뛰지 않는다.
이스라엘도 메이저리그 출신은 많은데, 현재 전성기를 누리는 선수는 거의 없다. 다만 한국이 경계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상대해보지 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만은 말 그대로 '선수난'이다. 왕첸밍(캔자스시티 로얄스)과 천웨인(마이애미 말린스)를 비롯해 빅리그 선수들이 빠졌다. 또 라미고 몽키스가 선수 차출을 거부하면서 야수와 투수 모두 가용 인원이 대폭 줄었다. 일본에서 뛰는 궈진린(세이부 라이온스)과 천관위(지바롯데 마린스)가 경계 대상이나, 대만 투수진 자체가 예전만큼의 위협감은 없다.
'ESPN' 선정 WBC 파워랭킹 1위에 오른 도미니카공화국은 우승 후보답게 투타 모두 막강하다. 타선은 헨리 라미레즈(보스턴 레드삭스)가 하위 타선에 서야할 정도로 무시무시하고, 마운드 위에는 조니 쿠에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원투펀치'다. 델린 베탄시스(뉴욕 양키스)와 쥬리스 파밀리아(뉴욕 메츠)가 지키는 뒷문도 든든하다. '올스타급' 라인업을 내세운다. 몸 준비 상태가 관건이지만, 연봉과 이름값은 참가국 중 단연 최고다.
그러나 도미니카공화국을 제외하고, 강력한 4강 진입 후보로 꼽히는 팀들은 대부분 같은 고민을 한다. 일본 대표팀은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파이터스)의 부재가 크다. 오른발목 통증이 심했던 오타니는 고민 끝에 대표팀에서 이탈했다.
28명을 모두 메이저리거로 채운 미국도 타선은 강력하지만, 투수는 최상의 멤버가 참가하지는 못했다.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막스 슈어져(워싱턴 내셔널스) 같은 선수들이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어 불참 의사를 밝혔고, 차선택을 받은 투수들이 자리를 채운다.
자국 선수들 위주로 전력을 채운 쿠바나 베네수엘라 역시 야수에 비해 투수가 약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푸에르토리코는 유망주급 투수들이 많아, 리드해야 하는 베테랑 포수 야디어 몰리나(세인트루이스)의 어깨가 무겁다. 역시 투수력이 고민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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