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선수 가운데 최고 연봉자는 베네수엘라 대표 미구엘 카브레라다. 그는 올해 2800만달러(한화 약 322억원)의 연봉을 받기로 돼 있다. 투수 중에서는 같은 베네수엘라 대표팀에 뽑힌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2586만달러(한화 약 297억원)로 최고액 연봉자다. 베네수엘라는 투타 간판 선수들이 WBC 연봉 랭킹 1,2위에 올라있다.
그만큼 이들의 우승 염원도 강하다. 카브레라는 19일(이하 한국시각) 소속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첫 날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랜드 타이거타운 캠프에 합류해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카브레라는 두 가지 목표를 밝혔다. 하나는 WBC 우승, 또하나는 디트로이트의 우승이다. 카브레라는 "어려움에 빠진 우리 조국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많은 문제가 있다. 정치적으로 무척 혼란스럽다"며 "스포츠가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데 크나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국민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수년째 정치,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있다. 최근 15년간 베네수엘라 인구의 30%가 이웃나라 콜롬비아 등 일자리를 찾아 다른 나라로 떠났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며 한때 1인당 국민소득 1만6000달러로 중남미 최대 부국이었다. 지금은 연평균 1000%가 넘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 여당의 독재와 야권의 정치 싸움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카브레라는 "베네수엘라로 돌아가 오래 머물기 어려운 상황이다. 1주일 정도 밖에 못 머문다. 난 거기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지금 난 미국에 살고 있다. 조국을 떠난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아직도 가족이 거기에 있다. 많은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며 조국의 혼란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카브레라는 WBC 우승을 통해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기쁨을 주고 싶다고 했다.
카브레라는 24살이던 2007년 12월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디트로이트로 이적했다. 당시 트레이드를 주도한 사람은 디트로이트 구단주 마이크 일리치였다. 일리치 구단주는 최근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카브레라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디트로이트에서 슈퍼스타의 자리에 오른 카브레라는 일리치 구단주를 위해서라도 우승을 원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슬픔을 안고 스프링캠프에 왔다. 동시에 우승을 위해 전진하는 것이 그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항상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꿈꿨다. 하지만 우리는 기회를 주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승이 간절하다. 올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며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카브레라는 디트로이트 이적 후 두 차례 빅딜을 선사받았다. 2008년초 8년-1억5230만달러, 2014년 4월 8년-2억4800만달러에 연장계약을 했다. 모두 일리치 구단주의 작품이다. 카브레라는 "그는 나에게 기회를 줬다. 그를 만날 때마다 '이곳 디트로이트에서 나에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디트로이트는 가족이자 내 인생의 일부나 다름없다"고 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세 차례 WBC에서 4강이 최고 성적이다. 2013년 대회에서는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디트로이트는 최근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실패했고, 월드시리즈 우승은 33년전인 1984년이 마지막이다. 카브레라가 밝힌 두 가지 꿈이 모두 이뤄질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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