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성패는 불펜진 운용에 달렸다. 투구수 제한 규정 때문이다. 65개를 넘기면 안된다. 즉 선발투수가 65개 이내에서 투구를 해야 한다. 길게 던져봐야 5이닝을 넘기기 힘들다. 선발투수가 고전한다면 3,4회에도 투수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이 불펜투수 구성에 고민을 쏟은 이유다. 오승환 발탁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대표팀 마무리는 오승환이다. 김 감독은 "뒤는 무조건 오승환이 맡는다. 공 개수가 되기 때문에 상대를 누르기 위해 9회 이전 조기 투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선발투수와 오승환 사이의 불펜진 운용이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1라운드에서 중간계투로 던질 투수는 정해졌다. 차우찬 이대은 심창민 이현승 장시환 박희수 원종현 임창민 등이다.
이들의 컨디션은 대부분 좋은 편이다. 선동열 투수코치는 "투수들 모두 몸상태가 잘 만들어지고 있다. 2번의 연습경기에서 결과가 좋은 선수도 있고 아닌 선수가 있지만 3월 6일에 맞춰 컨디션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나타난 구위로 봤을 때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투수는 이현승과 심창민이다. 지난 22일 열린 요코하마 DeNA베이스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두 투수는 각각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김 감독은 의외의 성과라고 했다. 불펜진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는 후보로 꼽은 것이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후 "오늘 던진 투수들 중에 두 명이 생각보다 잘 던졌다. 이현승하고 심창민이다"면서 "이현승은 좋은 제구력과 변화구로 삼진을 두 개나 빼앗았고, 심창민도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이현승은 5회 등판해 선두 구와하라를 삼진, 다나카를 3루수 땅볼, 가즈타니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구와하라와 가즈타니는 이현승의 송곳 제구력과 변화구에 쩔쩔매며 한 개의 공도 맞히지 못했다. 모두 헛스윙 삼진. 심창민은 9회 마운드에 올라 역시 헛스윙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삼자범퇴로 마쳤다.
고무적인 것은 두 투수의 유형이다. 좌완 이현승은 왼손 타자를 주로 상대할 것으로 보이며 사이드암스로 심창민은 오른손 타선을 막아낼 수 있는 셋업맨 역할이 유력하다. 이 부분을 놓고 김 감독이 흐뭇한 미소를 지은 것이다. 이현승은 지난 시즌 56경기에 등판해 1승4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4.84를 기록했다. 기복이 있었지만, 풀타임 마무리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큰 경기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불펜요원이다.
심창민의 호투에 대해 김 감독이 내놓은 설명은 이렇다. 투구폼이 부드러워졌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작년 시즌 말미에 던질 때와 좀 달라졌다. 그때는 투구폼이 딱딱해 보였는데 지금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밸런스가 잘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창민은 140㎞대 후반의 직구가 주무기다. 공끝이 한층 좋아졌다. 물론 한 경기 결과만 놓고 활약을 낙관할 수는 없다.
대표팀은 1라운드 개막 이전에 서울 고척돔에서 5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이현승과 심창민은 각각 2~3경기 정도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보다 구속과 제구력을 높인다면 김 감독의 기대대로 1라운드 통과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오키나와=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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