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다행이다. 이대은(경찰)의 투구가 김인식 감독의 고민을 조금은 덜어줄 수 있게 됐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투수 이대은은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첫 번째 평가전에 등판해 명과 암을 남겼다. 이대은은 이날 경기 팀이 5-0으로 앞서던 6회초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대은은 6회 3안타를 허용하며 이날 유일한 실점 투수가 됐지만, 7회에는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삼자범퇴시켜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이대은은 대표팀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가장 페이스가 느린 투수로 지목을 받았고, 안좋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22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전에 자원 등판했지만, 좋지 않은 구위로 김인식 감독의 혹평을 받은 바 있다.
그래도 실점 여부를 떠나 구위와 제구 측면에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 위안을 삼을 수 있는 투구였다. 이대은은 이날 경기 직구구속이 148km까지 나왔다. 빠르다고 다 좋은 공은 아니지만, 일단 이대은의 속구가 살면 그의 무기인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그 모습이 7회 보였다. 직구의 제구가 낮게 컨트롤 되자, 우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며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위력을 보였다. 이날 해설을 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이대은은 큰 키(1m90)에서 뿜어져 나오는 슬라이더에 힘이 있다. 직구가 뒷받침 되고, 제구만 된다면 어떤 타자도 상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래도 아직 방심해서는 안된다. 모처럼 만에 국내 팬들 앞에서 던지는 경기여서 긴장됐다고 하지만, 6회 상대 타자들에게 안타든 아웃이든 정타를 많이 허용했다. 박찬호는 선수 요엘케스 세스페데스가 날카로운 우익수 플라이 타구를 때려내자 "아웃은 됐지만 실투다. 결과가 아니라 공 자체를 놓고 공부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김 감독은 이대은의 연습경기 투구를 지켜본 후 대표팀 3선발을 최종 확정짓겠다고 했다. 사실 오키나와 전지훈련 종료 시점에서는 사실상 우규민(삼성 라이온즈)으로 3선발이 결정되는 분위기였다. 만약, 이대은이 쿠바전 부활의 조짐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그 결정이 굳어질 뻔 했다. 하지만 이대은이 실낱같은 희망을 보여주며 김 감독에게 또다른 고민을 안겨줄 수 있을 듯 보인다. 이대은은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는 활용 가치가 떨어지고, 제 컨디션이기만 하다면 힘있는 정통파 투수가 선발로 들어가는 걸 김 감독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일단 1~2경기 더 이대은의 투구를 지켜봐야 할 듯 하다. 과연 이대은이 고척돔 연습경기를 통해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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