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는 울산전처럼만 했으면 좋겠어요."
최순호 포항 감독은 의외의 말을 꺼냈다. 포항은 4일 울산과의 개막전에서 1대2로 패했다. 막판 집중력만 이어졌다면 승점을 얻을 수 있는 경기였다.
아쉬워해도 모자랄 판에 최 감독의 말은 모순처럼 들렸다. 내용이야 어쨌든 결과는 패배다. 프로는 승리하기 위해 존재한다. 한데 패한 경기를 당분간 팀 운영의 기준으로 삼겠다니….
의아했다. 설명이 이어졌다.
최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매 경기 변칙을 통해 승점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롭게 팀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계속된 변화가 독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만의 축구 스타일을 구축하는게 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야 긴 시즌을 버티고 연속성 있게 팀을 만들어 갈 수 있다. 패하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던 울산전의 내용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포항은 또 한번 추운 겨울을 보냈다. 문창진 김원일 신화용 등이 빠져나갔지만 이렇다 할 공백 메우기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강등후보'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까지 들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울산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몇몇 아쉬운 순간이 있었지만 겨우내 최 감독이 강조한 공수 밸런스가 비교적 잘 유지됐다. 후반 초반 찬스에서 선제 득점을 했더라면 다른 결과를 만들 수도 있었다. 최 감독은 "사실 경기 전 걱정이 굉장히 많았다. 아직 100%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지금 상황에서 울산전 이상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선수들에게도 딱 지금처럼만 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울산전에 보여준 긍정적인 부분을 완전히 우리 것으로 만들고, 패턴의 세밀함, 공수전환의 속도 등이 더해진 2라운드부터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래도 결과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는 순간 내용은 의미를 상실한다. 최 감독은 일단 1라운드 11경기에서 승점 15점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중위권만 유지하면 2라운드부터 승부를 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단 12일 광주와의 홈개막전이 중요해졌다. 포항은 이후 강원, 전남, 대구, 인천과 연전을 치른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팀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광주전에서 승점 3점을 쌓고 자신감을 더해야 한다. 최 감독은 "승리는 습관이다. 광주를 잡는다면 나머지 경기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우리의 컬러를 잃지 않고 승리까지 더한다면 초반 분위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겼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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