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흥국생명과 KGC인삼공사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가 열린 인천계양체육관.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 러브의 공격이 득점으로 연결된 순간 '핑크빛 물결'이 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세트스코어 3대0(25-15, 25-13, 25-21) 승리. 이로써 흥국생명은 2007~2008시즌 이후 무려 9년 만에 4번째로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흥국생명은 V리그 출범 초기 여자부 '최강'으로 꼽혔다. 2005~2006시즌을 시작으로 3연속 정규리그 1위에 오르며 환하게 웃었다. '에이스' 김연경(페네르바체)을 비롯해 황연주(현대건설) 등이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2007~2008시즌을 끝으로 더이상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급기야 2013~2014시즌에는 최하위로 추락하는 불명예 역사를 기록했다.
절치부심한 흥국생명은 재도약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변화가 시작됐다. 2014~2015시즌 '코트 위의 여우' 박미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유일한 여성 감독인 박 감독은 부임 첫 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최대어' 이재영을 품에 안으며 새판짜기에 나섰다. 자유계약(FA)으로 센터 김수지까지 영입하며 서말의 구슬을 뀄다. 물론 선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등 시행착오도 겪어야 했다.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까지도 고비가 있었다. 홈 팬들 앞에 선 흥국생명은 1~2세트를 손쉽게 챙기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벼랑 끝에 몰린 KGC인삼공사는 만만치 않았다. 매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흥국생명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두 팀은 11-11까지 맞섰다. 작전 시간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은 흥국생명은 KGC인삼공사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무려 9년 만에 탈환한 왕좌. 선수들은 서로 얼싸 안으며 챔피언 등극의 환희를 느꼈다. 박 감독은 선수들과 축하의 악수를 나누며 활짝 웃었다. 특히 박 감독은 이날 우승으로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를 다시 썼다. 부임 세 시즌 만에 우승을 맛본 박 감독은 여성 사령탑으로는 처음으로 프로스포츠 정상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박 감독 이전에도 조혜정(여자프로배구 GS칼텍스) 이옥자(여자프로농구 KDB생명) 등이 정상에 도전했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었다. 현역 시절 '코트 위의 여우'로 불리던 박 감독은 특유의 꼼꼼하면서도 따뜻한 '엄마 리더십'으로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은 박 감독은 이제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든든한 지원군은 단연 선수들이다. 특히 '토종 에이스' 이재영은 단연 최고의 믿을맨이다. 2014~2015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프로에 발을 내디딘 이재영은 데뷔 시즌부터 흥국생명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프로 입단 뒤에도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그는 데뷔 시즌 27경기에서 374점(공격 성공률 40.84%)을 몰아치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지난 시즌에는 29경기에서 498득점을 기록하며 팀을 다섯 시즌 만에 봄 배구로 이끌었다.
올 시즌은 더욱 빛났다. 비록 시즌 중에 발목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종전까지 28경기에서 465점(공격 성공률 36.96%)을 몰아치며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이날도 혼자 14점을 몰아치며 팀의 정규리그 우승에 앞장섰다.
'엄마 리더십' 박 감독과 '핑크 군단' 흥국생명이 쓰는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막 첫판이 끝났을 뿐이다. 홈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맛본 흥국생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통합 챔피언'에 도전한다.
인천=김가을 epi17@sportschosun.com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7일)
여자부
흥국생명(20승9패) 3-0 KGC인삼공사(14승15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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