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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는 부와 권력을 누리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장보리(오연서)의 신분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입만 열면 거짓말과 협박을 일삼는 연민정 역을 맡았다. 눈에 핏발이 서고 목이 쉴 정도로 울부짖으며 5대 '국민 악녀'에 등극한 그는 그해 조연 캐릭터임에도 이례적으로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아냈다. 이에 시청자들은 이유리를 '주말극 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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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은 '리멤버'에서 일호그룹 후계자 남규만 역을 맡았다. 타락한 재벌 2세인 남규만은 선민 사상과 권위 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데다 분노조절장애까지 앓고 있어 극의 시한폭탄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끊임없이 악행을 저지르고도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그의 모습은 수많은 시청자의 분노를 유발했다. 특히 남궁민의 연기가 아주 일품이었다. 타고난 금수저이지만 저급하고, 친절하면서도 비열한, 야비하고 이중적인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이제까지의 악역 캐릭터와는 결이 다른 연기는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남규만'이라는 이름이 악역 연기의 기준점이 됐을 정도다.
모델로서 연예계에 발을 들였던 김재욱은 2002년 '네 멋대로 해라'를 시작으로 연기 활동을 펼쳤다. 모델 출신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김재욱이 맡았던 역할을 대부분 잘생기고 몸매 좋은 훈남 캐릭터였다.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서는 게이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커피프린스 1호점'을 비롯한 대다수의 작품에서 여심 녹이는 달달한 훈남 이미지를 선보였다. 그러다 보니 그의 이미지는 10년이 다 되도록 '커프 마성남'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올해 '보이스'를 통해 포텐이 터졌다. 사이코패스 모태구 역을 맡아 소름돋는 연기력을 선보인 것이다. 이제까지 수많은 사이코패스가 드라마에 등장했지만 김재욱의 모태구는 급이 달랐다. 잔혹 살인을 통해 원초적인 희열과 쾌락을 느끼는 역대급 괴물이었다. 자신의 범죄 행각을 자랑하고 싶어하고, 살인이 재밌는 놀이라도 되는 것처럼 천진하게 기뻐하는 김재욱의 모습에 시청자는 경악했다. 재벌 2세로서 다져진 품격있는 행동 방식과 고급스러운 외모를 갖췄지만 그 근본 자체가 악에 물든 캐릭터를 김재욱은 소름끼치도록 리얼하게 그려냈다. 이에 '섹시한 쓰레기'라는 별명이 생겨났을 정도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막장 드라마 속 악역보다 시국을 빗대거나 현 사회의 문제점을 반영한 현실적 작품 속 악역이 더 큰 파급력을 갖고 있는 건 그만큼 시청자들이 감정 이입을 한다는 얘기다. 현실에서 처리할 수 없는 절대적인 악을 쓸어내는 주인공의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그렇기 때문에 악역을 캐스팅할 때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다. 주인공을 캐스팅 할 때는 인지도와 스타성, 호감도와 같은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면 악역은 배우가 가진 페이소스와 스펙트럼, 유연성 등을 많이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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