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때문이라도 경기에서 못빼줍니다."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시범경기가 열린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이날 경기 양팀의 주전급 선수들은 휴식을 취하거나, 아니면 짧은 이닝만 소화하고 다른 선수들과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은 이승엽이 이날 선발에서 빠졌고, LG는 오지환 정성훈 루이스 히메네스 등이 제외됐다. 하지만 딱 1명의 스타 선수가 1회부터 9회까지를 풀로 소화했다. 삼성 구자욱이었다.
구자욱은 이날 경기 3번-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LG전 뿐 아니다. 14, 15일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도 모두 3번-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풀타임까지는 아니더라도 2경기 모두 세 타석으로 소화하며 6회까지 뛰었다.
이유가 있었다. 수비 때문. 구자욱은 올시즌 우익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지난해는 주로 1루수로 뛰었고, 그 전에는 외야와 내야를 왔다갔다 했다. 군 제대 후 확실한 자기 자리가 없던 시기를 지나 이제 김한 수 신임 감독이 외야수로 못을 박으려 한다.
외야수로 뛴 경험이 어느정도 있지만, 그래도 실전에서 수비가 어색하기 마련이다. 15일 kt전에서도 깊은 타구지만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를 안타로 만들어주고 말았다. 김 감독은 LG전을 앞두고 "수비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 받는 연습을 해야 는다. 그래서 시범경기더라도 구자욱을 빼줄 수가 없다. 시범경기 종료 후 야간 수비 훈련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강행군 일정을 구자욱이 들은 것일까. 이날 경기 2회 강한 어깨를 이용한 호수비 2개를 연달아 보여줬다. 채은성과 문선재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 위기를 맞이한 순간. LG 강승호가 우익수 깊은 파울 플라이를 쳤는데 구자욱이 약간은 어설픈 동작으로 공을 잡자 2루주자 채은성이 3루로 뛰기 시작했다. 구자욱의 레이저 송구가 3루수쪽으로 향했고, 채은성은 여유있게 아웃. 채은성이 약간 무리한 플레이였다.
압권은 그 다음 장면이었다. 이어진 위기에서 삼성 선발 재크 페트릭이 유강남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는데, 구자욱이 다시 한 번 홈 레이저 송구를 뿌리며 실점을 막았다. 땅볼 타구가 느렸고, 2루 주자가 발빠른 문선재임을 감안하면 구자욱의 송구가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이렇게 김 감독에게 무력 시위를 한 구자욱이지만, 이날 6이닝은 커녕 9이닝까지 모든 이닝을 뛰어야 했다. 과연, 구자욱의 수비 훈련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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