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의 현 '서열'이 정리됐다.
21일 일본 오사카 관서기원에서 열린 월드바둑 챔피언십 첫날 경기인 일본의 인공지능 딥젠고 대 중국의 미위팅 9단 대국을 지켜본 대다수 바둑 관계자들은 "인공지능의 랭킹을 굳이 정하자면 알파고-줴이-딥젠고 순"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이 순서는 바둑계에서 이미 공유되어온 랭킹이다.
이날 대국에서 딥젠고는 중반까지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끝내기에서 실수를 연발하다 결국 283수만에 돌을 던지고 말았다.
끝내기는 줄곧 딥젠고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돼왔던 대목이다. 지난해 조치훈 9단과 맞붙어 1승 2패를 기록한 딥젠고는 짧은 시간안에 무섭게 실력을 끌어올린 알파고처럼 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예상됐지만 끝내기에서 여전히 약점을 노출했다. 바둑 TV 해설을 맡은 이세돌 9단은 "딥젠고가 끝내기에서 최소 3집은 손해봤다"며 "팻감으로 쓸 수 있는 것도 낭비를 많이 했다"고 지적했다.
딥젠고는 이 대회 직전에 도쿄에서 열린 제10회 컴퓨터 바둑대회에서도 중국의 인공지능 줴이(絶藝/FineArt)에게 예선과 결승에서 두 차례 모두 무릎을 꿇었다. 알파고 대 줴이, 알파고 대 딥젠고의 대결은 아직 성사되지 않았으나 이들의 실력을 비교할 간접 지표는 있다.
알파고는 지난해 이세돌 9단에게 기록한 1패(4승)가 유일한 '실축'이다. 올해 초 중국과 일본의 온라인 바둑사이트에서 중국의 커제, 한국의 박정환, 일본의 이야마 유타 등 세계 초일류 기사들을 상대로 60연승을 거뒀다. 인간이 넘볼 수 없게 실력을 키웠다는 게 중론이다.
한큐바둑(www.han-q.com)에서 세계 정상급 한-중 프로기사들과 대결하며 실력을 키운 줴이는 현재 406승 128패(승률 76%)를 기록중이다. 올해 박정환을 상대로 9승 3패, 커제를 상대로 13승 3패를 올렸다. 어쨌든 알파고와 비교하면 지는 경우도 많다.
윤준상 9단은 "인공지능의 랭킹을 매겨본다면 1위 알파고, 2위 줴이, 3위 딥젠고"라며 "실력 차이가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이세돌 9단은 "줴이는 못봐서 잘 모르겠지만 알파고는 이미 인간들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고, 김성룡 9단도 "전반적으로 봤을 때 현재의 딥젠고는 인간 일류기사들이 이길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했다.
영국의 구글 딥마인드가 2014년 개발한 알파고는 1920개의 CPU와 280개 GPU를 사용하는 초첨단 인공지능이다. 줴이는 중국의 IT기업 텐센트(QQ)가 알파고 등장 이후 100억원을 넘게 투자해 개발했다. '리룽(여룡)'에서 '싱톈(형천)'으로, 다시 줴이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같은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딥젠고 역시 알파고에 충격받은 일본이 2016년 3월 바둑소프트 '젠(Zen)'을 중심으로 IT기업 드왕고와 도쿄대가 협력해 개발을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CPU 2개, GPU 4개 뿐이라 알파고에 비해 가성비는 높다.
박승철 7단은 "알파고는 인간들의 바둑을 섭렵한 뒤 자기 바둑을 완성한 단계"라면서 "반면 줴이와 딥젠고는 현재 자기바둑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평했다. 박 7단은 "알파고는 2년 넘게 준비해온 프로그램이라 강하다"며 "줴이와 딥젠고 역시 시간이 흐르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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