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신개념 고구마였다.
SBS 월화극 '피고인'이 21일 종영한다. '피고인'은 가족을 죽인 누명을 쓴채 사형수가 된 검사 박정우(지성)가 기억을 되찾고 악인 차민호(엄기준)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다. 작품은 '하이드 지킬, 나' 등을 연출한 조영광PD와 최수진-최창환 작가가 의기투합한데다 믿고 보는 배우 지성, 엄기준이 가세해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방송 시작 후 '피고인'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호평을 내린 쪽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지성과 엄기준을 필두로 한 배우들의 열연에 대한 갈채일 뿐, 늘어지는 전개에 답답함을 드러내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도 그럴것이 '피고인'은 절반 이상을 박정우가 기억을 잃고 괴로워하다 누명을 벗을 단서를 찾고, 차민호 패거리가 그 단서를 뒤집을 묘책을 짜내 박정우를 무력화 시키고, 박정우는 다시 괴로워하는 전개로 극을 밀고 나갔다. 내용 자체도 어둡고 무거운데 같은 패턴이 무한 반복되니 시청자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피고인'은 2회 연장을 결정해 우려의 시선이 쏠렸다. 안 그래도 지지부진한 전개가 연장 결정으로 더 늘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역시나 '피고인'은 기억을 되찾은 박정우가 이번엔 딸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차민호 일당은 말도 안되는 악행을 반복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시청자의 속을 갑갑하게 했다.
권선징악 드라마의 묘미는 주인공이 악인에게 시원하게 반격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인데, '피고인'에서는 그런 요소를 단 1%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죽하면 '피고인'의 연관 검색어에 '고구마'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드라마 자체도 '고구마 드라마'(음료수 없이 고구마를 계속 먹을 때 목이 메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현상을 빗댄 뜻)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럼에도 아이러니한 것은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1월 23일 14.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었다. 2월 13일 방송된 7회 부터는 시청률 20%대를 돌파, 부동의 월화극 1위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마지막회 시청률은 무려 28.3%로 1/4분기 방송된 미니시리즈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는 '피고인'이 시청자와의 밀당에 성공했다는 방증이다. 답답함에 가슴을 치며 심적 압박을 호소하다가도 마지막 엔딩 1분에 반격의 여지를 조금씩 흘리며 시청자를 늪으로 초대한 것이다. 장르물 특유의 숨막히는 조임은 없더라도 박정우가 언제 차민호를 무너트릴 것인지, 실낱같은 희망 하나로 시청자를 버티게 했다는 건 '피고인'만의 전무후무한 매력이다. 이쯤되면 '고구마 드라마'의 신기원을 개척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피고인' 후속으로는 이보영-이상윤 주연의 '귓속말'이 방송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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