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이종현기자] 송지오 디자이너가 인간 안에 섞여 사는 인간혐오자의 아이러니함을 옷을 통해 표현했다.
29일 오후 3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디자이너 송지오의 2017 F/W 컬렉션 쇼가 열렸다.
이번 쇼의 주제는 인간혐오자, 미장트로프(misanthrope)였다. 송지오 디자이너는 염세주의자,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미장트로프를 의상을 통해 표현했다.
송지오 디자이너의 이번 쇼는 몰리에르의 희곡 '인간 혐오자'의 주인공 알세스트를 연상시킨다. 희극 '인간 혐오자'의 주인공인 알세스트는 위선과 거짓을 혐오하는 곧은 인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첨과 위선이 가득한 사교계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쇼 초반부 등장한 블랙 수트들은 알세스트의 이런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말끔한 쓰리피스 수트와 보타이는 사교계의 격식, 멋스런 신사를 떠오르게하지만 수 많은 단추와 방어적으로 꼭 닫힌 수트는 외부에 대한 거부를 보여주는 듯하다. 또한 코트 역시 기존 싱글 버튼의 형태보다 좀 더 겹쳐지듯이 연출되어 인간 혐오자, 알세스트의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느낌을 배가했다.
베일 것 같은 날선 수트, 딱딱한 핀 스트라이프, 레더 트림 재킷 등 다양한 디테일을 통해 딱딱하면서도 폐쇄적인 모티브가 반복됐다. 거기에 수도자를 연상시키는 긴 길이의 후드 코트, 신부를 연상시키는 좁은 V라인의 코트가 더해져 염세주의자의 경계적이고 단절된 분위기를 강조했다.
하지만 특유의 아방가르드한 분위기와 로맨틱한 분위기도 잃지 않았다. 희극 속 알세스트가 인간을 혐오하지만 한 여인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을 갖고 있듯, 송지오는 절제되고 딱딱했던 의상 속에 본인의 회화로 제작된 프린팅을 담아 로맨틱한 부드를 담아냈다.
회화를 통해 표현된 로맨틱함은 점차 밝은 컬러로 표현된다. 여전히 직선적인 실루엣은 유지하되 밝은 컬러감을 더함으로써 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 거기에 다양한 레이어드와 오버사이즈로 연출된 니트 아이템들이 더해져 트렌디한 무드도 놓치지 않았다.
패션 쇼는 순식간에 펼쳐지는 예술이다. 20여분의 짧은 시간내에 의상이라는 도구로 미장트로프라는 주제와 이야기의 변화를 표현해낸 송지오 디자이너. 디자이너로서의 그의 관록과 표현력이 빛났던 쇼였다.
over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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