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걱정이 많았다.
지난해까지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외국인타자 에릭 테임즈는 역대 최고의 외국인선수 중 한명이었다. 정규 시즌 MVP 수상을 비롯해 2번의 사이클링 히트, 40홈런 등 각종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최강'으로 군림했다. KBO리그에 오기 전까지 빅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르내리는 선수였던 그는 NC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빅리그 재입성에 성공했다.
테임즈가 떠난 후, NC가 새로 영입할 외국인타자에 대한 우려가 컸다. 테임즈의 그림자를 지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NC는 전력에서 테임즈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당연히 새 외국인타자에 대한 눈높이가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대체자로 영입된 재비어 스크럭스는 이런 부담감 속에서 출발했다. 물론 김경문 감독은 배려를 먼저 했다. 팀과 환경에 대한 적응이 먼저라고 보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테임즈가 세운 기록에 대한 부담감이 분명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해했다.
미국에서의 스프링캠프를 잘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 후 시범경기에서는 완벽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첫 경기에서 공을 많이 보려고 노력했던 스크럭스는 이튿날부터 조금씩 방망이를 내기 시작했지만, 타이밍이 잘 맞는 편은 아니었다. 시범경기 10경기에서 타율 0.219(32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외국인선수가 실패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인 만큼, 스크럭스가 과연 적응을 할 것인가를 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하지만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펑펑' 터졌다. 4번-1루수로 선발 출전한 스크럭스는 KBO리그 데뷔 홈런을 비롯해 2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1사구 2타점으로 100% 출루에 성공했다. 매 타석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홈런과 2루타를 시원하게 터트리면서 호쾌한 출발을 알렸다.
기분 좋은 출발이다. 스크럭스는 개막을 앞두고 김경문 감독으로부터 배트 선물을 받았다. 미국에서 들고온 배트 6개가 모두 부러지거나 쓸 수 없게 된 상황이었는데, 김 감독이 직접 주문한 배트가 도착했고 개막전에서도 사용했다. 스크럭스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경문 감독에게 아낌 없는 감사 인사를 건넸다.
또 동료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스크럭스는 개막전을 앞둔 선수단 미팅에서 직접 선수들 앞에 나서 "나는 아직 KBO리그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니 오늘 승리를 통해 NC 다이노스가 어떤 팀인지 내게 가르쳐달라"는 주문을 했다. NC가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6대5 역전승을 거두면서 스크럭스의 주문은 현실이 됐다.
팀 적응을 순조롭게 마친 스크럭스는 '성격 좋은 외국인 선수'로 벌써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테임즈의 그림자를 완벽히 지우고 자신만의 성공기를 써내려갈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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