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시즌 초반부터 정신없다. 최강 두산 베어스와 불꽃같은 개막 3연전(1승2패)을 치르고 4일부터 대전에서 지난해 2위팀 NC 다이노스와 맞붙는다. 주말에는 전력이 급상승한 KIA 타이거즈를 만난다. 휘몰아치는 9연전. 여기에 달갑지 않은 '내전(?)'도 치르고 있다. 2군 투수의 1군 합류를 놓고 김성근 감독과 박종훈 단장이 의견충돌을 빚었다.
한화 구단내에서는 별로 놀라지도 않는 눈치다. 감독과 단장이 수개월째 말도 섞지 않는다는 사실은 웬만한 이는 다 안다. 올시즌 자주 충돌할 것으로 예상됐기에 새롭지도 않다. 하지만 1군 선수단 전력강화를 놓고 벌어진 일이라 다소 의외다. 지난 2일 오전 김 감독은 구단에 2군 투수 서너명(혁민 김범수 김용주 등)을 대전야구장으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박 단장은 단호히 거절했다.
프런트는 1군 엔트리 등록이 아닌 합류시킨 뒤 구위를 보면서 1군 합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사령탑의 의도를 잘못됐다고 못박았다. 2군 일정과 2군 선수단 시스템 운용 등에 차질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여러차례 문제가 됐던 부분이다. 이제는 이 부분을 명확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구단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 팀상황, 경기상황을 보지 않았나. 이건 1군 운영과 직결된 문제다. 논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속상하지만 구단이 막는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있는 선수들로 버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단은 왼손 불펜 필승조 요원인 권 혁의 허리부상이 생각보다 깊기 때문이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한 권 혁은 시범경기 기간 동안 투수코치에게 실전등판을 먼저 요청했다. 2번째 등판에서 허리 통증을 호소해 치료중이다. 단순 염좌로 알려졌지만 부위가 피칭에 큰 영향을 주는 허리 부위여서 복귀까지 시일이 걸린다. 김 감독은 "권 혁은 이제 겨우 걸어다니고 있다. 뛰고, 몸상태가 좋아져 볼을 만지려면 5월은 돼야 한다. 왼손 불펜은 박정진과 마무리 정우람 밖에 없다. 급한 마음에 2군 투수들을 부르려 했는데 불발됐다"고 말했다.
프런트는 지난 2년간 2군 선수들을 1군 훈련에 합류시킨 뒤 1군에 올리지 않고 곧바로 2군에 보낸 사례를 들어 절대불가 방침이다. 김 감독은 "합류시킨 2군 선수 중 2군 경기에 나가야 하는 선수가 있으면 곧바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긴 시간 데리고 있을 생각이 없다. 2군 경기를 영상으로 봤고, 보고서도 봤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확신을 갖고 싶었다. 짧게라도 던질 왼손 투수가 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지난해와는 합류 방식에 변화를 줄 여지가 있음을 내비쳤지만 프런트의 마음을 움직이진 못했다.
한화 구단은 2군에서 선수를 만들어서 올리는 추천 시스템을 늦게라도 정상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반면 김 감독은 지난 2년간 2군에서 큰 성장을 이룬 선수가 극소수였고, 2군에만 마냥 맡겨둔다고 해서 즉시전력감이 양성되지 않는다고 받아친다. 이같은 견해차이로 접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1,2군 분리정책으로 지난해와는 달리 2군 스케줄이나 훈련 등에 일체관여하지 못하고 있는 김 감독으로선 '2군에서 필요하면 바로 보내주겠다'는 단서조항까지 달았으나 구단에서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을 두고 '심히 유감'이라고 했다. 당분간 2군 선수의 1군 합류(콜업 포함)는 없을 전망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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