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VS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VS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VS KIA 타이거즈. 야구팬들이 상상속에서만 그리는 초대박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카드다. 지난해 LG와 KIA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보다 뜨거웠다. 핵심은 '엘롯기(LG 롯데 KIA)'다.
엘롯기의 시즌 초반 돌풍으로 리그 판도가 춤추고 있다. 4일 세 팀은 나란히 승리를 거뒀다. 이제 프로야구에서 고유명사처럼 굳어진 단어 '엘롯기'다. 당사자들은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팬덤은 대단하지만 가을야구를 못하고, 긴 암흑기를 지내왔다는 유사점이 한 단어에 응축돼 있다.
올해는 세팀이 동시에 가을야구를 할 수 있을까. 1982년 KBO리그 출범 이후 세팀이 함께 포스트시즌을 치른 적은 한번도 없었다. 9구단, 10구단 합류 이전 8개팀 중 3팀이 한꺼번에 가을야구 하기란 수치상으로도 어려웠다. 엘롯기 중 두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경우는 더러 있었다. 지난해처럼 맞대결도 있었지만 한국시리즈는 전무하다. 그동안 세 구단의 부흥기와 암흑기는 묘하게 엇갈렸다.
지난해 LG와 KIA는 포스트시즌을 경험했지만 초반 탈락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올해는 더 뛰어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KIA와 LG는 전문가들이 꼽는 5강 후보다. 롯데는 중하위권으로 분류됐지만 시즌 초반 뿜어내는 이대호 시너지 효과가 만만찮다. 다크호스다. 과연 엘롯기는 달라졌을까. 아니면 이번에도 봄에 반짝하는 '희망고문'일까. 전문가들은 일단 세 팀의 체질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LG는 최근 수년간 자신들을 괴롭혔던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개막 3연전을 싹쓸이한데 이어 삼성 라이온즈를 11대0으로 완파했다. 11(득점)이라는 숫자보다 0(실점)이 중요하다.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허프와 마무리 임정우가 부상으로 빠졌는데도 LG는 선발야구가 이뤄지고 있다. 홈개막전에선 FA(자유계약선수) 대어 차우찬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투타 짜임새가 돋보인다.
KIA는 최형우의 가세와 1년 계약을 한 양현종의 독기가 어우러져 팀 분위기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었다. 대구에서 삼성과의 3연전에서 2승1패를 했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허술한 불펜이 도마에 올랐다. 4일 SK 와이번스전에선 양현종이 6⅔이닝 1실점했고, 불펜이 무실점으로 역투해 6대1로 승리했다. 수년간 왼손 거포 노래를 불렀던 김기태 KIA 감독은 최형우가 오면서 소원성취했다. 최형우는 첫 FA 100억원 시대를 연 사나이답게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롯데는 이대호의 가세가 결정적이다. 역대 KBO리그 최고몸값(4년간 150억원)을 자랑하는 이대호는 4일 넥센을 상대로 부산팬들 앞에서 홈런을 쏘아올렸다. 2011년 10월 23일 SK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 이후 1990일 만의 포효였다. 롯데는 자신들의 천적이었던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개막 3연전에서 2승1패를 거둔 뒤 이날 넥센전 승리로 3승1패,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김경문 NC 감독은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롯데와의 싸움은 이대호를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한 바 있다. 4일 한화 이글스와의 대전 경기에 앞서 김경문 감독은 "이대호가 오면서 앞뒤 타자들의 집중력도 높아졌다. 팀이 하나로 뭉칠수 있는 구심점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엘롯기의 선전은 프로야구 전체 흥행과도 맞닿아 있다. 사상 첫 900만관중 달성의 '마스터 키'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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