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기적'을 일군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56)이 북한에서 못 다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윤 감독은 17일 열린 축구인골프대회에서 종아리 부상으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회장에는 얼굴을 비추었다. 윤 감독은 딱딱한 인터뷰가 아닌 축구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만든 축제의 장에서 최근 북한 평양에서 펼쳐진 2018년 여자 아시안컵 예선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북한전 앞두고 선수들과 함께 뛰다가 종아리 다쳤다"며 운을 뗀 윤 감독은 "선수들보다 내가 다친 게 더 낫지 않냐"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폐쇄적인 북한 환경은 오히려 선수단에 약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윤 감독의 분석이었다. "평양에서는 다른 곳에 나갈 수도 없고 통신도 없어 답답했다. 그래도 선수들은 휴대폰 대신 더 많은 대화 나누며 팀워크 돈독히 다질 수 있었다."
아시안컵 본선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북한전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경기 전 분위기는 살벌했다"고 회상한 윤 감독은 "경기 직전 양팀 선수들이 서 있는 터널에서 기싸움이 대단했다. 지소연이 '이기자'라고 큰 소리를 치니 북한은 '죽이자'로 함성을 높이더라"고 했다.
윤 감독은 아시안컵 본선행 티켓을 따낸 뒤 차마 공개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티켓 따내고도 축하 세리머니를 하지 못했다. 북측에서 뒤풀이를 하지말고 조용히 나오라고 주의를 줬다. 태극기도 들고 다니지 말라고 하더라.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소리도 못 지르고 감격스런 표정으로 사진만 찍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경기 후 옥류관에서 평양냉면 식사가 잡혔는데 북측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호텔에서 주는 냉면으로 대신했다"고 얘기했다.
또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 해서 샴푸 등 남은 것도 다 싸서 돌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을 걱정했다. 윤 감독은 "그나저나 선수로, 감독으로 계속 맞붙으며 친분을 쌓아온 김광민 북한여자대표팀 감독은 어떻게 될까 걱정도 된다"며 여운을 남겼다.
여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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