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이 부진하면 팀 분위기가 살아나기가 힘들다."
10개팀 감독들 뿐만 아니라 프런트들도 한 목소리로 강조하는 바다. 그래서 시즌 전 주장을 뽑을 때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주장은 동료들 사이에서 신뢰가 깊어야 하고 코칭스태프와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야구 실력도 신뢰와 소통 못지않게 주장이 갖춰야 할 중요한 요소다. 간혹 시즌 중 주장을 교체하는 팀이 있는데, 주장이 부상 때문에 1군서 제외되거나 장기간 부진에 빠졌을 때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
시즌 초 롯데 자이언츠는 기대 이상의 호조를 보이며 선두권에 올라 있다. 부산 사직구장은 연일 만원에 가까운 팬들이 몰려들고 있다. 16일까지 롯데는 홈 8경기에서 총 13만9935명을 끌어모아 평균 관중 1만7492명. KBO리그 10개팀 중 흥행 1위다. 롯데 다음으로 두산 베어스가 1만6384명으로 2위다.
지난해 같은 기간 롯데의 홈경기 평균 관중은 1만2473명으로 4위에 처져 있었다. 40%의 관중 증가율이 1년새 확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그 중심에 돌아온 4번 타자 주장 이대호가 있다. '이대호 효과'는 비단 흥행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팀 성적의 절반은 이대호의 활약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즌 초반 9승5패, 롯데가 이렇게 탄력적인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대호의 영향력이 깊고 폭넓다는 방증이다.
17일 현재 이대호는 타율 4할6푼, 5홈런, 12타점, 14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공격 8개 부문 가운데 타율, 홈런, 득점, 출루율, 장타율, 최다안타 등 6개 부문 1위다. 타격 7관왕에 올랐던 2010년 '그 시절'의 포스를 되살려냈다. 롯데 팬들은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대호는 이대호'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대호가 5년간 떠나있던 KBO리그로 돌아와 별다른 적응기 없이 그라운드를 호령하리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처음보는 투수들이 태반이고, 특히 각팀의 1,2선발 외국인 투수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매 타석 이대호의 표정은 여유가 넘친다. 이대호는 61타석에서 6번의 삼진을 당했는데, 단 한 번도 고개를 숙이거나 절망적인 표정을 지은 적이 없다. 이는 '개인' 이대호와 '팀' 롯데를 모두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롯데만큼 주장의 영향력이 큰 팀도 없다. 조원우 감독의 얘기대로 덕아웃 분위기도 이대호가 주도하고 있다. 주장이 잘 하고 있으니 후배들은 덩달아 신이 날 수밖에 없다.
조성환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대호는 무인도에 갖다 놓아도 살아남을 선수인데, 잠시 떠나있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면서 "일본과 미국에서 좋은 투수들의 공을 봤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적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롯데가 지금 잘하는 게 이대호 효과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대호 혼자 롯데를 이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롯데는 여전히 불안 요소가 많다. 경험 적은 젊은 선발진과 기복이 심한 불펜진 등 마운드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또한 타자들 가운데 부상 위험을 안고 있는 선수들도 많다. 조 위원은 "대호보다는 후배들, 젊은 투수들에 달려있다고 본다. 타자들은 이대호를 보고 배우는게 있어야 하고, 젊은 투수들이 시즌을 어떻게 버텨내는가가 사실 롯데에게는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어쨌든 롯데는 150억원을 주고 불러들인 이대호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주장'으로서 방향을 잘 잡아주고 있다는 점에 무척 고무돼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