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으면 떠날 수 있을까.
1995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 맞은 프로 23번째 시즌. '삼성'하면 이승엽이 떠오르고, '라이온즈'하면 이승엽이 연상된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은퇴가 예정된 이승엽(41)과 삼성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팬들은 지금 '살아있는 전설'의 마지막 시즌을 목도하고 있다. 예정된 이별이긴 하지만 아직까진 실감이 나진 않는다. 시즌 종료까지 120여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마지막 시즌의 이승엽은 밝게 웃을 수가 없다. 불과 2년 전까지 최강 전력으로 KBO리그를 지배했던 라이온즈가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다. 투타 전력 모두 바닥을 치고 있는데, 팀의 상징이자 구심점인 이승엽의 마음이 편할리 없다. 은퇴를 결정하고 어느 해보다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던 이승엽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40대 베테랑은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팀도 부진하고, 이승엽도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3일 대구 NC 다이노스전까지 20경기에서 타율 2할4푼4리(78타수 19안타)-2홈런-10타점. 장타율 3할8푼5리, 출루율 2할9푼4리, 득점권 타율 1할8푼2리다. 20경기를 치른 시즌 초반이긴 해도 이승엽과 매치가 안 되는 성적이다.
최근 3년간 시즌 초 성적과도 차이가 크다. 개막전부터 20경기 기준으로 2016년엔 타율 3할4리(79타수 24안타)-2홈런-14타점-장타율 4할3푼-출루율 3할3푼7리, 2015년 3할1푼5리(73타수 23안타)-4홈런-15타점-5할6푼2리-3할9푼8리, 2014년 3할1푼6리(76타수 24안타)-3홈런-14타점-4할8푼7리-3할7푼3리를 기록했다. 초반부터 무리없이 가동해 공격에 기여했다.
이승엽의 초반 부진은 팀 성적에 따른 중압감, 스트레스 영향이 커 보인다. 팀 타선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가운데, 중심타자 역할을 하려는 마음이 앞서 이승엽다운 타격이 안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타격 때 보면 배트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 가볍게 스윙을 해야하는데 상당히 경직돼 있다. 지금같은 스윙이라면 상대 투수의 변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큰 것을 치고싶다고 해서 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지난 겨울 이승엽은 장거리 타자가 부족한 팀 상황을 감안해 홈런을 노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심타자들의 동반 부진도 아쉽다.
3~4번에 포진한 구자욱,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가 기대했던 활약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구자욱은 24일 현재 타율 2할6푼9리를 기록하고 있는데, 매경기 들쭉날쭉하다. 거포 4번 타자로 기대가 컸던 러프는 1할대 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최근 2군으로 내려갔다. 이승엽의 부진은 중심 타자들의 침체와 맞물려 있다. 강력한 중심타자가 없다보니 상대 투수의 집중견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양준혁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이승엽이 과도한 책임감을 조금 내려놓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나이에 따른 배트 스피드 저하도 피하기 어렵다.
언제 그랬냐는 듯 타석에서 위압감을 드러내며 홈런을 때리는 중심타자 이승엽. 많은 팬들이 마지막 시즌 이승엽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싶어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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