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포기 안 하죠. 될 때 까지 노릴 겁니다."
지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 7차전(중국, 시리아) 명단 발표 후 정 운(28·제주)이 했던 말이다. 정 운의 이름은 없었다.
그 동안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왼쪽 풀백 부재로 고민이 깊었다. 오른쪽 풀백 오재석을 왼쪽에 기용하기도 했다. 중앙 수비수 장현수를 오른쪽 풀백으로 썼다. 이 당시 정 운은 클래식 무대를 평정했다. 크로아티아 축구협회의 귀화 제의까지 뿌리치고 제주로 온 정 운은 맹활약을 펼치며 2016년 K리그 클래식 베스트11 왼쪽 풀백에 선정됐다. 내심 기대를 했다. "저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현실은 냉정했다. 그는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불청객까지 찾아왔다. 지난달 2일 광주전 후 정 운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았다. "급할 건 없잖아요. 천천히 처음부터 시작해보려구요."
다시 이를 악물었다. 참고 버티는 건 정 운의 '전공'이었다. 과거 울산에 입단해 한 경기도 뛰지 못하는 설움을 겪을 때도, 울산에서 나와 실업팀을 구하며 숱하게 문전박대를 당할 때도 그는 포기를 몰랐다.
정 운은 지난달 30일 수원전 후반 9분 교체로 투입되면서 복귀전을 치렀다. 제주는 1대2로 분패했지만, 정 운은 경기력을 조율했다.
그리고 3일 전북과의 리그 선두를 두고 벌인 외나무 다리 승부. 정 운은 선발로 나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4대0 대승에 일조했다.
그러나 성에 차지 않았다. 대표팀 승선을 노리기 위해선 더 큰 임팩트가 필요했다. 6일 제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상주와의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에서 정 운이 제대로 '무력시위'를 했다. 마치 '이래도 나를 안 뽑아?'라며 항의하는 듯 했다.
정 운은 왼쪽 측면을 지배했다.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상주 수비를 괴롭혔다. 예리한 왼발 크로스로 최전방을 겨냥했다.
기어코 '방점'을 찍었다. 3-1로 앞서던 후반 42분이었다. 골문과 다소 거리가 있는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은 제주. 정 운이 키커로 나섰다. 멀리서 뛰어와 강력하게 왼발로 때렸다. 정 운의 발을 떠난 공은 미사일처럼 뻗어가더니 그대로 상주 골문을 뒤흔들었다. 정 운은 그라운드 밖 육상 트랙을 질주하며 환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의 활약을 어떻게 평가할까.
한편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다음달 13일 카타르와 최종예선 8차전을 벌인다. 이달 말 선수단을 조기소집 할 예정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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