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운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스포츠조선 객원기자로 독자와 함께 한다. 새로운 시각, 다양한 시점에서 올시즌 프로야구 얘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편집자주>
프로야구팀들이 선수를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포지션 마찬가지지만, 특히 마무리 투수를 만드는 건 더욱 힘든 일이다. 구위 좋고, 강심장까지 갖춘 투수를 찾는 건 절대 쉽지 않다.
최근 SK 와이번스가 서진용 마무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진용은 SK 마무리로 낙점된 후 1승2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5.68을 기록중이다. 3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안 블론세이브가 무려 4개나 된다. 마무리 투수로서 형편 없는 성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레이 힐만 감독은 서진용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주고 있다.
마무리 투수는 경기 승패를 좌지우지 하는 중요한 선수다. 승리를 할 때는 최고라고 인정받지만, 자신 때문에 질 때는 모든 책임이 전가된다. 정말 힘든 자리다. 이 힘든 일을 어린 투수 서진용에게 맡기기까지 SK 벤치에서도 고심이 많았을 것이다. 보통 마무리 투수는 구위도 구위지만, 경험이 많고 안정된 투수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SK는 박희수라는 훌륭한 자원도 있다. 이런 가운데 SK 선택이 신선했다. 아무래도 트레이 힐만 감독을 비롯, 염경엽 단장 등 SK 사람들은 올해보다 앞으로의 미래를 더 중요하게 본 것 같다. 힐만 감독의 독선적 결정도 아니었다. 팀이 강해지는 과정을 가기 위해 현장과 프런트가 많은 소통을 했다고 들었다. 만들어진 선수를 데려오고 쓰는 것보다, 선수를 스스로 만드는 게 건강한 팀을 만드는 최우선 조건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야구판을 뒤흔들 대선수를 키우는 것, 시행착오 없이는 불가능하다. 서진용은 마무리로서 신고식을 치르는 중이다. 이 과정은 누구나 겪는 것이다. 프로야구팀의 마무리 자리에 오르기까지도 여러 힘든 과정을 거쳤을 서진용이다. 필지가 경남고 감독으로 있던 시절, 힘든 가정환경을 이겨내게 하기 위해 투수로 보직 변경을 시켰던 기억이 난다. 투수로 뛰어야 프로 지명을 받기 수월한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재능으로 강한 공을 뿌리며 신인드래프트 상위 순번에 지명을 받았다. 서진용이 프로에 갈 때 내 일처럼 기뻤는데, SK 마무리 투수가 됐다고 하니 그 때보다 더 기쁜 마음이었다.
하지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 생각해 마음도 아프다. 서진용은 투수로서 타고난 선수다. 어깨가 강하고, 공을 던지는 팔의 각도도 높다. 몸도 매우 유연하다. 구위는 좋다. 이제는 멘탈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힘든 마무리 자리에서 최고로 우뚝 설 수 있다. 앞으로 서진용이 더 큰 선수가 되길 바라며 파이팅을 외친다.
스포츠조선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