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을 깨운 건 '신뢰'였다.
파죽지세. 신태용호를 가장 잘 나타낸 표현이다. 거칠게 없다. 기니를 3대0으로 누르더니 20세 이하(U-20) 월드컵 최다 우승(6회)에 빛나는 아르헨티나까지 2대1로 격파했다. 지난해 11월 대표팀을 맡은 신태용 감독이 6개월만에 써낸 드라마다.
신 감독의 드라마엔 '주연'과 '조연'이 따로 없다. 모두가 주인공이다. 그래서 '원 팀'이다. 참 신기하다. 주어진 시간이 정말 짧았다. 그리고 놀랍다. 백승호를 비롯, 소속팀 출전이 적었던 선수들의 기량을 부쩍 키워놨다. 비결이 무엇일까.
특별한 건 없다. '신뢰'다. 그런데 말은 쉽지만 신뢰의 씨앗을 심는 것, 그리고 열매로 키워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많은 지도자들이 믿음, 신뢰를 외친다. "나는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와 같은 흔한 수사들이다. 정작 알맹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신 감독은 다르다. 믿음을 표현하는 데에도 철학이 있다. '마법 공식'이랄까. 어려운 수식이 아니다. '자율'과 '책임'을 더하면 된다.
신 감독은 지난해 12월 제주 서귀포에서 첫 전지훈련을 했다. 그 때부터 자율과 책임을 논했다. 20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 신 감독은 눈높이를 맞췄다. 쓸데없는 권위를 버렸다. 선수들을 자유롭게 뒀다. 몸 관리, 생활 패턴, 식사, 훈련 등 모든 것을 선수의 판단에 맡겼다.
그러나 '방종'은 아니다. 신 감독은 자율을 주는 동시에 책임을 언급했다. "개성도 좋고 자유도 좋다. 표출하고 싶은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하길 권장한다. 다만 그에 따른 책임은 선수 자신이 져야 한다."
6개월이 지난 지금 그 결과물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톡톡 튀는 개성으로 한 때 '인성 논란'까지 흘러나왔던 이승우는 '원 팀 전도사'가 됐다. 소속팀 출전이 적어 대표팀에서 '찬 밥'이던 백승호는 연일 골망을 가른다. 프로 팀 소속이지만 출전 시간이 적었던 이승모 우찬양(이상 포항) 임민혁 윤종규(이상 서울) 이유현(전남) 이상헌(울산)이 펄펄 난다.
이승우는 "감독님께서 그렇게 믿음을 주시는 게 큰 도움이 된다"며 "언제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신다. 그런 게 선수들에겐 신뢰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큰 힘이 된다. 항상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캡틴' 이상민은 "우리는 자율 속에 규율을 지키는 팀이다. 감독님께서 자유롭게 자신있게 하는 플레이를 강조한다"며 "때문에 경기장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믿고 자신감 있게 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자율+책임=신뢰라는 간단한 공식.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마법'이라고 부른다.
전주=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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