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주는 이는 없다. 보여줄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왼쪽 가슴에는 태극마크가 달려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아르헨티나를 2대1로 제압했다. 조별리그 2승을 거둔 신태용호는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다.
쾌속 질주에 화제 만발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두 번째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신태용과 아이들'이 뜨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이승우(19·바르셀로나B)에 쏠려있다. 백승호(20·바르셀로나B)도 치솟는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이외 정태욱-이상민은 '절친 듀오'로, 우찬양-조영욱은 '개그 듀오'로 묶였다. '신데렐라' 이진현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관심권 밖의 선수였지만 지금은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이다.
관심의 양지는 밝고 따스하다. 빛이 밝으면 그림자는 더 짙다. 그 음지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서있다. 흔히 '비주전', '뒤에 있는 선수'다.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 신태용호가 회복훈련을 했다. 아르헨티나전 선발 멤버들은 웃으며 입장했다. '개선 장군'이다. 여유가 넘친다. 가볍게 몸을 푼 뒤 서서히 런닝을 했다.
'뒤에 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봤다. 훈련 장비를 꾸린다. 운동장 반대편으로 간다. 허리에 밴드를 착용한 채 힘껏 내달려 공을 찬다. 금새 땀에 젖는다. 근육이 부풀고 비명이 나온다. "아악!"
선발 멤버들이 그늘에서 다리를 뻗는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비주전들은 땡볕에 섰다. 원을 그린 채 압박-탈압박 훈련을 한다. 입에서 단내가 난다.
오전 11시 20분부터 시작된 훈련. 아르헨티나전 선발진은 낮 12시 13분에 짐을 꾸려 사우나로 갔다. 비주전들은 그 이후 40분을 더 뛰었다. 낮 12시 52분. 자리에 풀썩 앉는다. 땡볕에 숨이 차오르지만 잠시 쉴 틈도 없다. 빠르게 이동해야 한다. 행선지는 수원이다. 땀이 채 식기도 전에 버스에 몸을 싣는다. '뒤에 있는 선수들'은 이동도 '뒤'에 했다.
그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기장 야간 조명은 선발 11명을 비춘다. 비주전은 가림막 벤치에 앉아 있다. 뒤에 서있는 존재, 뛰지 않고 앉아 있는 선수들. 그들은 그렇게 6개월을 견뎌왔다.
훈련을 마친 선수들의 표정을 봤다. 의외다. 그렇게 밝을 수 없다. 활짝 웃는다. 보람이 있단다. 그리고 믿음이 있다고 한다. 모두 한 목소리다. "우리는 원 팀이잖아요."
주축 수비수 정태욱은 뒤에서 밀어주는 동료들이 고맙고 또 고맙다. "뒤에서 힘을 주는 동료들에게 너무 고맙다. 출전이 적다는 건 심적으로 힘든 일이다. 나도 뒤에 있어봐서 잘 안다. 얼마나 힘들까…. 다 알고 있는데, 자기들이 더 힘들텐데 '고생 했다'고 해준다."
'주장' 이상민도 같은 생각이다. 이상민은 "이런 게 정말 예민하면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걱정은 없다. 모두가 서로의 마음을 안다. 그래도 특히 많이 못 뛴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그 동료들이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기에 다른 선수들이 걱정없이 경기에만 몰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려하고 세련된 외관의 신태용호. 멋진 순항의 이면에는 '뒤에 있는 선수들의 땀'이 섞여있다.
전주=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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