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힘의 이동이다.
지난해까지 최형우와 이승엽이 팀을 대표하는 타자였다면, 올해는 구자욱이 삼성 라이온즈 타선의 중심축이다. 지난 시즌까지 구자욱은 컨택트 능력이 좋은 교타자 이미지가 강했다. 상무 제대 후 복귀해 2015년 신인왕을 차지하더니, 풀타임 2년차 징크스를 넘어 2년 연속으로 타율 3할4푼대를 기록했다. 세대 교체의 상징, '라이온즈의 미래'로 부를만 했다. 그런데 강력한 무엇이 다소 부족했다. 최형우, 이승엽이 버티고 있었기에 이런 면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구자욱에 대한 기대치가 달랐고, 주어진 역할이 있었다.
올시즌 구자욱은 지난 2년과 많이 다르다. 28일 넥센 히어로즈전까지 4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1리(189타수 55안타), 10홈런, 33타점, 32득점. 장타율 5할7푼1리. 안타와 홈런, 타점, 득점 모두 팀 내 1위고, 홈런은 전체 공동 5위, 타점은 공동 6위, 득점은 공동 8위다. 삼성 공격이 구자욱 중심으로 흘러간 셈이다. 무엇보다 늘어난 홈런이 눈에 띈다.
구자욱은 풀타임 첫해인 2015년 11홈런, 지난해 14홈런을 때렸다. 두 시즌, 224경기-960타석에서 타율 3할4푼6리, 25홈런. 전형적인 컨택트 히터의 기록이다.
그런데 올해는 49경기, 216타석에서 10개를 쳤다. 구자욱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수치다. 현재 홈런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산술적으로 29.4개까지 가능하다. 대선배 이승엽이 올시즌 20홈런을 예상했는데, 이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다.
구자욱의 홈런 증가는 팀 상황과 맞물려 있다. 지난 몇 년간 중심타선을 이끌었던 홈런타자들이 빠져나가면서 힘의 공백이 생겼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 최형우가 이적해 위기감이 커졌다. 더구나 이승엽은 이번 시즌 후 은퇴가 예정돼 있다. 구자욱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부임한 김한수 감독은 구자욱을 3번 타자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정확성도 중요하지만 3번 타순은 홈런 생산 능력이 필요한 자리다. 김 감독이 일찌감치 분명한 메시지를 준 것이다.
이런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구자욱은 시즌 초반 중심을 잡지 못했다. 4월까지 2할5푼대 타율을 맴돌았다. 기대가 컸던 외국인 4번 타자 다린 러프가 크게 부진하면서 중압감이 더 컸을 것이다. 덕아웃의 한숨소리도 깊어졌다. 그런데 5월에 접어들면서 구자욱은 서서히 본면의 모습을 찾아갔다. 5월에 열린 23경기에서 타율 3할2푼9리(85타수 28안타), 6홈런, 22타점. 시즌 타율이 2할9푼대로 올라왔다. 구자욱, 러프를 축으로 한 중심타선이 살아나면서 팀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구자욱이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확성에 홈런 생산 능력까지 겸비한 구자욱. 업그레이드된 구자욱이 삼성팬들을 들뜨게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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