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정규시즌이 개막해 석달이 흘렀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페넌트레이스를 마라톤에 비유하는데, 대다수 팀이 반환점을 돌았거나 일정의 절반을 소화했다. 소소한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KBO리그 각 팀이 갖고 있는 스태미너, 잠재력이 대략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일시적인 등락이 눈을 현혹하지만 결국 긴 시간속에 묻힐 수밖에 없다.
페넌트레이스가 출발하고 3개월째 접어든 6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팀이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다. 1위 KIA 타이거즈에 5게임 뒤진 2위로 6월을 맞은 NC는 '거침없이' 내달렸다. 26일 현재 45승1무27패-승률 6할2푼5리로 KIA(45승27패). 마침내 공동 1위로 KIA와 어깨맞췄다. 지난 주말 1~2위간 3연전 맞대결에서 스윕하면서 타이거즈 아성을 무너트렸다. 6월에 열린 22경기에서 16승(6패)을 거두고, 승률 7할2푼7리를 기록했다.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던 NC의 상승세보다 놀라운 게, 삼성의 대약진이다. 25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73경기에서 28승3무42패, 승률 4할, 9위. 3~4월 4승2무20패-1할6푼7리를 찍었던 팀이 6월들어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22경기에서 13승(1무8패·승률 6할1푼9리)을 거두며 비상했다. 5월 31일까지 15승2무34패-승률 3할6리. 지난 한달간 승률을 1할 가까이 끌어올렸다. 당시 9위 kt 위즈에 5.5게임 뒤져있었는데, 현재 3.5게임 앞선 9위다. 8위 한화에 1.5게임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지난 3개월 롤러코스터를 탔다. 감독 첫 해 혹독한 경험을 하면서, 야구가 마음대로 안 된다는 걸 체감했을 것이다. 최근에 희열을 맛보며 성취감을 느꼈을 것이다. 어쩌면 성취감이 아니라 안도감이었을 것이다.
김 감독은 "4월까지 최악의 부진을 보였지만,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힘든 시간을 견디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성적은 바닥을 때렸으나 분위기를 밝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 대외적인 멘트다. 말은 안 해도 다들 안다. 그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 지,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는 지, 또 속이 타들어 갔는 지.
김 감독에게 반등을 이끈 투타 주축 선수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에이스 윤성환과 외국인 선수 다린 러프를 애기했다. 예상과 다르지 않은 얘기다. 김 감독은 "윤성환 선수가 한화전 벤치 클리어링으로 징계를 당했지만, 꾸준하게 중심을 잡아줬다"고 했다. 윤석민은 14경기에 등판해 10번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13일 kt 위즈전부터 24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3경기에서 평균 7이닝을 소화하면서, 3연승을 거뒀다.
러프만큼 극적인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4월 21일까지 18경기에서 타율 1할5푼, 2홈런, 5타점. 110만달러를 투자해 4번 타자로 데려온 선수가 이러면 대책이 앞이 캄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 5월 초 2군에서 복귀한 후 45경기에서 타율 3할5푼3리-12홈런-53타점을 기록했다. 어느새 3할 타율에 타점 2위(58개)다.
김 감독은 "2군에 내려보낼 때도 능력을 의심한 게 아니라, 자신감을 찾아오라고 2군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러프는 김 감독의 믿음에 100% 화답했다.
김 감독은 "요즘 삼성 야구가 끈끈해졌다, 재미있다는 애기를 듣고 있다. 반환점을 돌았는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이다"고 했다.
삼성 야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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