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당연해 보이는 주전 자리는 또 다른 이에겐 '평생의 꿈'이다.
프로 5년차 골키퍼인 윤평국(25·광주FC)가 그랬다. 5시즌 동안 출전 횟수를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인천대 재학 중이던 지난 2013년 인천 유나이티드의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권정혁 조수혁 유 현 등 경쟁자들의 벽은 높기만 했다. '그라운드의 안방마님'인 골키퍼 자리는 주전이 정해지면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특수 포지션'이다. 입단 후 두 시즌 간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윤평국은 이듬해 군입대를 택했다. 상주 상무 입단 첫해였던 2015년 두 경기를 뛰면서 비로소 프로에 데뷔했으나 그게 끝이었다. 지난해 9월 전역하기까지 벤치에도 앉지 못한 채 내무반만 지켰다. 돌아간 친정팀에도 여전히 그의 자리는 없었다. 인천과 계약이 만료된 윤평국에게 손짓을 한 팀은 광주였다. 하지만 광주도 윤보상이라는 부동의 안방마님이 버티고 있었다. 무적 신세가 된 윤평국에겐 '2인자 자리'도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느닷없이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24일 전남전에서 윤보상이 부상하면서 빈 자리를 대신했다. 또 다른 백업 골키퍼 최봉진까지 부상한 상황. 강원FC 원정을 앞둔 남기일 광주 감독이 꺼내들 카드는 윤평국 뿐이었다. 광주 구단 관계자는 "윤보상 최봉진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나머지 백업인 박한빈은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한 신예다. 윤평국마저 없었다면 큰일날 뻔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28일 평창알펜시아스타디움에서 열린 강원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경기시작 27초 만에 볼을 잡은 윤평국은 클리어 과정에서 미끄러운 그라운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넘어지는 '대형사고'를 치면서 불안감을 드러냈다. 수비진에서 이어지는 백패스 시에도 상대 공격수들의 압박에 주춤하는 모습이 수 차례 노출됐다. 떨어진 경기감각을 숨길 수는 없었다.
첫 출전에 해피엔딩까지 기대하긴 무리였다. 윤평국은 페널티킥을 포함해 2실점을 하면서 혹독한 첫 선발 신고식을 치렀다. 두 차례 실점 모두 불가항력이었지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온 그의 입장에선 아쉬움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남 감독은 "초반에는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감을 보여줬다"며 "고참급 선수인데 골문에서 제 역할을 잘 해줬다"고 윤평국의 활약이 나쁘지 않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평국이 다가오는 인천전에도 선발로 나설 지는 미지수다. 최봉진이 인천전에 맞춰 복귀를 준비 중이고 박한빈도 언제든 남 감독의 콜업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강원전에서 제 몫을 다한 윤평국이 또 다시 기회를 잡기 위해선 경쟁에서 승리하는 수밖에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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