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이 K리그에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울산 현대는 울었고, 수원 삼성은 기사회생 했다. 울산은 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수원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17분 터진 이종호의 득점이 VAR을 거쳐 취소되면서 결국 무승부에 그쳤다.
김승준의 오른발 크로스를 감각적인 헤딩골로 연결한 이종호가 호쾌한 골 세리머니를 마치고 돌아서는 순간, 김희곤 주심은 무선 마이크로 대기심과 연락을 주고 받은 뒤 손으로 화면을 가리키는 네모를 그리며 VAR의 문을 열었다. 이종호가 볼멘소리를 했으나 김 주심은 곧바로 대기심에게 달려가 VAR 요원들과 분석에 돌입했다. 전광판에는 '비디오 판독중'이라는 문구가 떴다. 어색한 장면에 웅성이는 관중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선수들의 모습이 교차했다.
초반만 해도 이종호 뒤에서 수원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던 오르샤의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독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승준의 크로스 상황이나 오르샤의 돌파 모두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핵심은 수원 공격을 막아내고 득점으로 연결되는 역습이 시작되는 과정에서 울산 한승규의 태클이 적절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한승규는 백태클로 수원 공격을 저지했고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으나 파울로 인정할 만한 장면이었다. 상당 시간이 흐른 결과 김 주심은 한승규의 태클이 파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종호의 득점을 취소하기로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서 맹위를 떨쳤던 VAR의 위력이 K리그 클래식을 휘감은 순간이었다. 이종호와 울산 선수단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으나 골은 지워졌고,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수원에게 행운은 돌아가지 않았다. 후반 39분 울산 박용우가 왼발골로 득점에 성공하면서 승부는 울산의 1골차 승리로 마무리 됐다. 박용우는 왼손으로 렌즈를 의미하는 원을 그리면서 VAR에 빼앗길 뻔 했던 승리를 자축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서정원 수원 감독은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던 승부였다.
VAR로 중단된 시간은 고스란히 추가시간으로 반영됐다. 이날 대기심이 들어올린 추가시간은 8분. 상당부분 경기가 중단된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지긋지긋한 판정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도입된 VAR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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