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이동건이 인생캐릭터를 경신했다.
이동건은 KBS2 수목극 '7일의 왕비'에서 연산군 이융 역을 맡았다. 연산군 캐릭터는 각종 사극에서 지겹도록 등장한 단골 캐릭터다. 하지만 이동건은 이제까지와의 연산과는 또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맹활약 하고 있다.
신채경(박민영)을 향한 애틋한 설렘, 동생 이역(연우진)에 대한 질투, 그리고 폭발하는 광기까지 섬세하게 그려내며 연산 특유의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6일 방송에서도 이동건의 열연은 빛났다. 이날 방송에서 연산은 성종이 남긴 밀지를 찾으려 했다. 그는 과거 사관이었던 서노 아비를 잡아 모진 고문을 했다. 그리고 아들을 지키고자 여인의 몸에 밀지가 새겨져 있다고 고백했다. 연산은 죽을 위기에서도 아들을 걱정하는 서노 아비를 보며 열등감을 느꼈다. 폐비의 아들로 단 한번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트라우마가 폭발한 것. 서노 아비를 죽인 그는 민가에서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마을을 사냥터로 만들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던 연산은 "난 왕으로 살고 싶은 것인가. 한 여인의 사내로 살고 싶은 것인가"라며 신채경을 떠올렸다.
분명 연산은 역사상 가장 포악했던 임금 중 하나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주색에 빠지고 유례없는 공포 정치를 펼치기도 했다. 이동건은 그러한 연산의 광폭한 성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내면의 분노를 다스리지 못해 광기에 눈을 번뜩이는 모습은 소름 그 자체다. 그러면서도 연산의 인간적인 면모를 놓치지 않았다. 사랑받지 못해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모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었던 연산의 속내를 그려내며 연민을 갖게 한다. 이러한 내면 연기 때문에 연산의 광기와 공포정치 또한 설득력을 얻게 됐다.
이동건의 인생작이라고 하면 단연 2004년 방송된 SBS '파리의 연인'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윤수혁 역을 맡은 그는 김정은에 대한 애절한 짝사랑으로 수많은 여성팬들의 심장을 울렸다. "내 안에 너 있다"라는 명대사는 아직까지도 회자될 정도다. 이후 '유리화' '스마일 어게인' '미래의 선택' '슈퍼대디 열'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파리의 연인' 만큼의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7일의 왕비'에서 첫 사극 도전임에도 훌륭한 캐릭터 소화력을 뽐내며 자신의 인생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낸 한편 팬들에게도 '인생 연산'을 선사했다. 이동건의 활약에 기대가 더욱 쏠리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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