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4번 타자가 가지는 상징성은 남다르다. 점수가 필요할 때 해결할 수 있는 능력, 홈런이 필요할 때 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팀의 간판 선수라는 스타성까지 겸비해야하는 자리다. 클리프 브룸바에서 시작된 히어로즈 4번 타자 계보를 이제 김하성이 물려 받았다.
넥센은 2008년 창단해 올해가 10번째 시즌이다. 4번 타자 얼굴도 여러차례 바뀌었다. 첫 번째 주자는 외국인 타자 클리프 브룸바였다. 2003년 현대 유니콘스부터 KBO리그와 인연을 맺은 브룸바는 넥센 초기였던 2008~2009년 4번으로 활약했다.
이후 4번 타자는 줄곧 국내 선수 차지였다. 넥센이 외국인 타자 복이 없었던 것도 연관이 있다. 브룸바 이후 덕 클락, 비니 로티노, 브래드 스나이더, 대니 돈 등이 거쳐갔지만 인상깊은 활약을 한 선수는 드물었다.
2010년 베테랑 타자 송지만이 4번으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고, 2011년 '홈런왕' 박병호가 등장했다. 2011년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일에 넥센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는 본격적으로 기회를 부여받았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인 2015시즌까지 붙박이 4번으로 활약했다.
히어로즈 역사상 가장 임팩트 있는 4번 타자가 박병호다. 2년 연속 50홈런, 4년 연속 100타점, 4년 연속 홈런왕 등 각종 타이틀을 쓸어담으면서 리그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다.
박병호가 떠난 후 넥센 4번 자리는 공백이 됐다. 가장 유력했던 후보는 윤석민(현 kt 위즈)이었다. 윤석민은 지난해 가장 많은 87경기를 4번으로 뛰었다. 그러나 올 시즌 다시 판도가 바뀌었다. 윤석민을 비롯해 채태인 등 여러 카드를 돌아가며 테스트 했다.
그리고 지금은 김하성이 4번을 꿰찼다. 만 22세로 리그 최연소 4번 타자다. 김하성은 올 시즌 4번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5번으로 나갔을 때 타율 3할1푼(87타수 27안타)-2홈런-15타점을 기록했는데, 4번으로 3할3푼1리(160타수 53안타)-12홈런-45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주로 하위 타선에서 클린업 트리오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다가, 이제는 타선의 중심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부담이 컸다. 올 시즌 초반 타격 부진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김하성은 지난 5월 23일 고척 NC 다이노스전에서 생애 첫 4번 타자로 출전했다. 경기 전 "4번으로 나갈 것이라고 생각 못하고 있었는데, 경험을 쌓으라고 기회를 주신 것 같다. 부담 없이 편하게 하려고 한다. 잘하고 경기 후에도 인터뷰를 할 수 있을 지 확신은 못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중한 임무를 맡은 후 오히려 더 잘 풀렸다. 잘 맞은 타구가 직선타가 돼 아웃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4번 타자로 옷을 입고난 이후 성적이 좋아졌다.
채태인 부상 공백, 외국인 타자 부진으로 중심 타선을 고민했던 넥센이다. 김하성이 4번에서 역할을 해주면서 근심을 덜었다.
김하성은 현재 타율 2할9푼8리(356타수 106안타), 18홈런, 7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은 높은 편이 아니지만 영양가가 높다. 현재 페이스라면 2년 연속 20홈런에 100타점까지 바라볼 수 있다. 팀 내 홈런, 타점 모두 1위다.
코칭스태프는 김하성의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장정석 감독은 "부담이 큰 자리에서 잘 해주고 있어 고맙다. 이제는 오히려 부담감을 즐기는 것 같다"며 칭찬했다. 1~3일 고척 SK 와이번스 3연전에서 김하성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2일 넥센은 1-4로 뒤지고 있다가 5대4 역전승을 거뒀다. 김하성은 1점 차로 추격하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고, 8회말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그가 '원맨쇼'를 펼친 덕분에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었다. 3일 경기에서도 5회말 달아나는 솔로포를 터뜨려 SK의 추격을 뿌리쳤다.
아직 20대 초반. 여전히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넥센이 찾은 새로운 4번 타자 김하성을 지켜보자.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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