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 토끼라면 우린 거북이처럼 쫓아가겠다."
부산 아이파크 조진호 감독의 후반기 구상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부산은 현재 승점 59(17승8무5패)로 선두 경남(승점 64)을 5점 차까지 추격했다.
한때 승점 차가 10점 이상 벌어져 챌린지 우승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어느덧 남은 6경기에서 충분히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는 거리로 좁혔다.
최근 6경기에서 경남이 3승1무2패로 주춤한 반면 부산은 4연승 포함, 5승1무를 하는 등 9경기 연속 무패 행진(6승3무)을 한 게 원동력이었다.
부산의 맹추격에 숨은 원동력으로 조 감독의 용병술을 빼놓을 수 없다. 조 감독의 용병술을 요약하면 이른바 '돌려막기 해결사'다. 현재 부산은 특정 선수의 득점력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특성이 기록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부산의 주력 해결사는 국가대표 공격수 이정협(8골)과 임상협(6골-4도움), 그리고 똘똘한 신인 김문환(4골)이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루키안을 보내는 대신 레오를 영입하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토종 해결사들이 버텨준 덕분에 2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들이 늘 잘나갈 수는 없었다. 특히 이정협이 8월 초 코뼈 부상 등으로 시즌 초반의 파괴력을 잃게 되면서 부산에도 위기가 닥칠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이정협은 부상 복귀 이후 지금까지 7경기 출전 가운데 풀타임은 1경기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부산은 9경기 연속 무패로 이전보다 더 힘을 내는 모습이다.
조 감독의 지도 철학은 "우리에게 영원한 주전은 없다. 아무리 유명한 선수라도 경기 컨디션을 갖출 때까지 내부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이다. '어제의 벤치워머가 오늘의 주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올시즌 부산의 지휘봉을 잡아 이런 방침을 일관성있게 끌고 오다 보니 '오늘의 주전'이 되기 위해 출격 대기하는 선수가 늘어났다.
이를 입증한 대표적인 선수가 고경민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전방 공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고경민은 지난 3일 대전전(4대2 승)에서 생애 두 번째 해트트릭을 포함해 최근 4연승에서 5골을 터뜨렸다. 올시즌 총 8골로 이정협과 팀내 득점 공동 1위다.
6월 19일 성남전 도중 허벅지 부상으로 2개월을 쉬었던 고경민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팀에 큰 보탬이 안되는 자원이었다. 하지만 조 감독이 시즌 후반기에 중용하도록 키우겠다며 고경민의 완벽한 재활을 기다려 준 덕분에 '인내의 용병술'이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9경기 가운데 0대0 2경기를 제외한 7경기에서 조 감독의 믿음에 화답한 이는 고경민 뿐 아니다. 각각 2골을 보탠 이재권 홍진기도 알토란같은 존재다. 올해 초 전남에서 이적한 홍진기는 최근 '골넣는 수비수'로 자리잡았고 지난 여름 대구에서 트레이드 영입한 이재권은 군 입대한 허범산의 공백을 든든하게 메우고 있다. 최전방 해결사로 믿고 영입한 용병 레오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을 감안하면 조 감독의 용병술은 대성공이다.
조 감독은 "제대 시즌을 맞아 이경렬 윤동민에 이어 한지호 김동섭도 돌아온다. 천군만마를 얻을 것같은 느낌이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들이 합류하면서 내부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그러면 '경남 사냥'도 힘을 얻게 된다. 그래서 천군만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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