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후반 그는 꽤 의기소침해 있었다. 주전 2루수 오재원의 부진을 틈타 시즌 중반 2루수 자리를 꿰찬 후 올스타전까지 출전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던 최주환 말이다. 그런데 순위싸움이 치열했던 시즌 후반 타격감이 많이 떨어졌다. 늘 웃는 얼굴로 '피카츄'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그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도 마찬가지였다. 떨어진 타격감으로 인해 선발 출전도 하지 못했다. 9회 김재호 대신 타석들어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마음을 굳게 먹었을지 모른다. 포스트시즌 개인 첫 만루홈런은 그렇게 터졌다.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7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최주환은 첫 타석에 파울 플라이, 두번째 타석에서 유격수 뜬공으로 힘없이 물러났다. 6회 무사 만루에 타석에 선 최주환의 표정에는 '꼭 쳐내고 말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상대 투수 제프 맨쉽의 초구 144㎞ 투심 패스트볼은 흘려보냈다. 하지만 같은 공이 또 들어오자 놓치지 않았다.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고 타구는 계속 날아가 좌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 홈런이 됐다. 4-6 뒤진 상황에서 터진 역전 그랜드슬램이다.
두산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화수분 야구'다. 이 '화수분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명이 최주환이다. 2루수와 3루수를 모두 볼 수 있어 올 시즌 오재원과 허경민이 차례로 부진했을 때 빈자리를 깔끔하게 메웠다. 그리고 이날 만루포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2006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최주환은 그동안 주로 백업선수로 있었다. '노망주'라는 비아냥 섞인 얘기를 들으면서도 묵묵히 칼을 갈았다. 100경기에 넘게 출전한 것도 2015년과 올해뿐이다. 올시즌 처음으로 100안타를 넘겼다. 주전이 확실히 자리 잡고 있는 두산에서 백업선수로 두각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최주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절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언제 주전에서 백업으로 다시 바뀔 지 모르기 때문이다. 늘 그렇게 절실했던 최주환은 12년간의 노력을 올시즌 '가을야구'에서 쏟아낼 태세다.
잠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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